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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청문회의 한가지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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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청문회의 한가지 교훈

입력
2000.06.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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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과 27일 이틀에 걸쳐 실시된 헌정 초유의 인사 청문회를 두고 박한 점수를 매기는 이들이 적지 않다. 야당 의원들의 요령부득과 준비부족, 여당 의원들의 엄호·지원 사격과 김빼기가 묘한 합작을 이룬 데다 이한동(李漢東)총리서리의 노회한 답변이 버무려져 기대 이하의 청문회가 됐다는 불만들이다.아마도 이런 저평가의 이면에는 청문회 위원들이 이총리서리를 시원하게 때려부숴 주길 바랐던 저명인 파괴심리랄까 권력자 깎아내리기 욕구가 충족되지 못한 데 따른 뒤틀린 실망감도 숨어있을 터이다. 고백컨대 현장에서 진행과정을 지켜보았던 기자 역시 ‘맥빠진 청문회’라는 느낌을 가졌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 20년간 정치를 업으로 삼아온 이총리서리는 집권여당의 대통령 후보 경선과정 등을 통해 상당한 검증이 이루어진 인사다. 적나라한 발가벗기기의 대상이 되기에는 애당초 ‘결격 사유’가 있는 인물이었던 셈이다. 짜증나는 여름철 스트레스 해소의 제물로는 제격이 아니었던 것이다.

헌정 최초의 인사 청문회가 갖는 의미는 그러므로 다른 데서 찾아야 한다. 모르긴 몰라도 공직자, 그것도 고위 공직자의 꿈을 갖고 있거나 그 길을 향해 걷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자계(自械)의 교훈을 주었다는 게 이번 청문회의 제1 의의가 될 듯 싶다. 후보자 자신도 기억하지 못하는, 혹은 잊어버리고 싶은식언과 망동, 굴신과 아세의 전력이 샅샅이 깨어 일어나 스스로의 목을 죄리란 서늘한 의식은 끔찍하지만 효율적인 자기 통제의 수단이 될 것이다. 공직사회에 수신(守身)의 교훈을 준 것만으로도 첫 청문회는 자기 몫을 했다.

홍희곤 정치부기자

h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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