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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게놈지도' 한국의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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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게놈지도' 한국의 자리

입력
2000.06.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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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자라고, 병들고, 끝내는 죽는다. 사람 몸속에 그 무엇이 이런 생노병사(生老病死)를 주관하는 것일까. 수천년의 인류역사를 통해 수많은 과학자와 철학자와 종교인들이 이런 인간존재의 본질을 밝혀보려고 애써왔고, 또 그런 노력의 결과로 인간에 대한 지식이 여러 분야에서 축적되어 왔다.지난 26일 백악관에서 국제 연구 컨소시엄인 ‘인간게놈 프로젝트’와 민간업체인 셀라라 제노믹스가 공동발표한 게놈지도 초안 완성은 인류역사를 바꿀 과학적 사건이다. 30억개에 달하는 인간유전자의 염기서열을 해독한 게놈지도는 앞으로 인류의 미래와 생활양태까지도 변화시키는 단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게놈지도완성은 생명공학이 컴퓨터기술과 결합하여 당초 예상보다도 2년이나 앞당겨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과학기술발전의 가속도를 가늠하게 해준다.

게놈지도 초안으로 우리는 인류의 밝은 미래를 우선 기대하게 된다. 게놈정보는 암, 치매, 당뇨 등 유전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신약개발을 앞당길 수 있을것이다. 이미 미국을 중심으로 한 민간기업들은 게놈정보를 이용한 신약개발의 상업성에 혈안이 되어 있는 상황이다. 게놈지도는 또한 인간이 유전적 질환을 미리 진단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유전정보 해석은 신의 영역을 침범하는 행위라는 윤리적 논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유전적으로 우성인 형질만을 결정하는 유전자를 조작하여 맞춤아기를 낳는 것이라든가, 유전자치료를 통한 인간수명 연장이 초래할 사회적 문제등이 모두 신과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일로 인류를 불행으로 몰고갈 판도라의 상자라고 보는 견해다.

그러나 이런 논란과는 상관없이 과학은 발전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유전공학기술이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로 돌입하고 있다. 염기서열 해독은 인간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과하계의 시각이 있었는데도 정부와 민간차원에서 이 프로젝트를 추진했고, 예상을 앞당겨 초안을 완성했다. 이렇게 미국이 연구투자에 돈과 인력을 투자한 것은 생명공학이 국가전략상 차지하는 비중과 무한한 상업성을 내다보았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우리는 이 분야에 준비를 못했고, 그래서 중국 일본이 포함된 이번 프로젝트의 국제콘소시엄 18개국에 끼지도 못했다. 올해부터 상당한 예산을 투입하여 국가차원의 게놈연구에 착수했다고 하지만 우리 과학정책의 모자람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게놈지도 완성은 이제 시작이라고 한다. 응용분야를 놓고 선진국들의 경쟁은 치열해질 것이다. 게놈지도초안을 놓고 우리는 무엇을 해야할지, 과학정책 입안자들의 능력과 역량이 시험대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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