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펀드, 신규 회사채 전량소화등정부 '시장안정' 약발… 불신 아직남아
자금시장이 서서히 회복되고 있다. 정부의 금융시장 안정 의지와 은행권의 적극적인 회사채 매입으로 중견기업들의 신용경색이 조금씩 풀리는 분위기다.
■‘약효’는 있었다
27일 금융계에 따르면 은행권이 채권전용펀드 조성을 위해 회사채 매입에 들어간 26일부터 신규발행 물량이 모두 소화되는 등 채권시장이 다소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신용등급 ‘A+’인 제일제당의 500억원 어치 물량은 지난주 동급 회사채 발행분보다 금리가 0.05%포인트 낮은 9.49%에, ‘BBB-’인 삼화페인트 120억원 어치도 0.03%포인트 가량 낮은 11.99%에 인수됐다.
자금시장 관계자들은 당분간 신규발행 회사채 물량이 전량 소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29일 LG전자 2,000억원, 30일 현대석유화학 500억원 및 송천건설 100억원 등 신규 대기물량도 줄을 잇고 있다.
특히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을 하기 위해서는 10-15일 가량이 소요되는 만큼 7월 중순부터는 그동안 꺼려왔던 차환발행 물량도 대폭 쏟아지는 등 정부 조치의 ‘약효’가 먹힐 것으로 점쳐진다. 또 향후 금리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는 기관들이 물량을 내놓지 않음에 따라 당장은 거래가 활발하지는 않지만 금리가 어느정도 하락한 뒤부터는 유통물량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불신은 남아있다
하지만 자금시장 관계자들은 “아직은 안심하기 이르다”고 입을 모은다. 이번주에 발행되는 신규물량이 대부분 A급 대기업이나 보증채이고, ‘BBB’급 이하는 극히 미미한 수준인 만큼 유동성의 양극화 현상만 초래할 수도 있다는 지적.
특히 정부 조치가 단기간의 효과를 거둘 수는 있지만 제2금융권 및 기업구조조정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또다른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화증권 관계자는 “자금시장 자체가 순기능으로 돌아서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라며 “예금자보호법 시행 등 환경변화에 맞춰 제2금융권의 체질 개선 등이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채권전용펀드의 매수여력이 떨어질 경우 금리 재상승과 은행 및 정부의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동양종금 관계자는 “어차피 최악의 자금경색을 피하기 위한 임시 대책인 만큼 자금이 제대로 순환될 수 있도록 추가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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