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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카오스의 아이들](11) 中 한자녀 과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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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카오스의 아이들](11) 中 한자녀 과보호

입력
2000.06.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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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소황제족中 한자녀 과보호 '소황제' 키워

쩌장(浙江)성 진화(金華)시에서 작년 12월에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나 온 중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17세 남학생이 자기 어머니를 살해한 것이다. 원인은 망자성룡(望子成龍). 자기자식을 성공시키려는 한 자녀 가정의 강한 욕구가 이런 엄청난 사건을 가져왔다.

아이 어머니는 하나밖에 없는 모범생 아들에게 공부를 강요했다. 하지만 중점반(重點班)에서 18등으로 떨어지자 가죽띠와 회초리로 때리면서 10등 안에 들어가도록 더 열심히 공부하라고 강요했다.

그래야 베이징(北京)대나 칭화(淸華)대 아니면 최소한 쩌장대에 들어갈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반발한 모범생 아들이 순간의 격정을 이기지 못하고 인륜에 반하는 사건을 저지른 것이다.

중국에는 소황제족(小皇帝族)이 있다. 국가에서 자녀를 하나만 낳게 하자 아이 하나에 6명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부모와 조부모 그리고 외조부모가 모두 아이 하나를 바라보고 살게 된 것이다.

이들에게 떠받들려서 성장한 아이들은, 마치 청나라의 마지막 황제 푸이(溥儀) 처럼, 과보호의 문제를 그대로 안고 살게 됐다.

지난해 11월 클론의 공연을 비롯 올해 2월 H.O.T의 베이징(北京)콘서트에 열광한 극성팬들은 오늘날 중국의 청소년문화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이다.

자녀들이 원하자 부모들은 1,000위안(10만원)까지 한 비싼 입장권도 마다않고 사줘서 베이징 노동자 체육관의 9,000여 좌석은 온몸을 흔드는 팬들로 꽉 들어찼다. 원하는 일은 꼭 하고야마는 1318세대의 특성이 중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오히려 한 자녀로 인해 더 심하다고 할 수 있다.

1995년 통계로 12억 인구의 3.2억 가정에서 1자녀 가정은 20.7%인데, 인구 80%가 사는 농촌에는 하나 이상의 자녀가 있는 가정이 많지만 도시에선 대부분 한 자녀뿐이다. 1970년부터 계획생육(計劃生育)을 한 후 3억 정도 인구가 감소된 것으로 평가되나 아이들을 과보호한 문제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베이징 과 상하이(上海)의 국·사립 유아원을 찾았다.

22일 둘러본 베이징대 부설 유아원의 양쉐양(楊雪揚· 32) 원장은 “14년 동안 이곳에서 일하고 있지요. 요즘 아이들은 전과 달라서 너무 주장이 강하고 고집이 셉니다. 다른 아이들과 같이 놀기보다 혼자 놀기를 좋아하고 물건이 떨어져도 자기것이 아니면 치울 생각을 안해요. 그래서 네고 장난감처럼 같이 가지고 노는 기회를 만듭니다. 예전엔 한자쓰기 등을 가르쳤는데 지금은 인성교육을 위해 집짓기놀이나 게임을 하지요”하고 말했다.

23일에는 상하이로 가서 신세기(新世紀)유아원을 방문했다. 이 유아원은 개방 이후 92년 상하이에 처음 생긴 사설유아원이다. 아파트단지 앞에 자리잡은 유아원의 벽을 영어 철자로 장식해서 이색적이었다. 3-6세 유아 150명을 수용해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아이들을 맡아주고 1년 등록비 4,000위안(40만원)과 월마다 500위안(5만원)을 받는다.

신세기유아원에 들어가기는 어렵다. 국가 직영 유아원보다 2배 이상 비싸지만 지원자가 많아서 3대1의 경쟁을 통과해야 한다. 시설은 한국 유치원과 다를 바 없이 좋았다. 교실에는 벽마다 영어 단어들을 써놓고 유아들이 친숙하게 느끼도록 했다.

운영책임자 인빙싱(尹秉行·39)씨는 “영어는 세계공용어이기 때문에 일찍 가르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피아노, 한자쓰기 등도 가르친다고 말했다. 이 유아원 2층 넓은 교실에서는 어린이들이 피아노 연주 실력을 부모 앞에서 뽐내고 있었다.

최근 중국에서는 교육비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하나뿐인 자녀에게 투자를 아끼지 않기 때문이다. 자녀 출세가 지상목표인 부모들은 너도나도 좋은 학교에 넣으려고 애쓰고 있다. 이에 따라 과외 열풍이 대단하다.

베이징의 초중등학교 학생 52%가 사설학원에서 피아노 주산 그림 등을 배운다. 명문으로 이름난 쓰중(4中)을 거쳐 베이징대나 칭화대에 보내기 위해 월 1만위안(100만원)의 고액과외를 시키는 부모도 많다. 작년에 베이징대의 교수 월급이 1,000위안(10만원)이었고 올해 대폭 인상돼 3,000위안(30만원)을 받는 것을 감안하면 그 열성을 짐작할 수 있다.

중국의 소황제족은 도시 가정 문제이다. 농촌에선 한 자녀 가정이라도 농사일에 바빠서 떠받들어서 키울 수 없다. 그러나 고학력 고수입자가 몰려 있는 도시 가정의 소황제족은 중국의 미래를 내다볼 때 가장 큰 청소년 문제로 부각된다.

소황제족은 더 이상 만만디족이 아니다. 베이징대 천쑤쩐(陳蘇鎭· 45· 중국사)교수는 “인터넷 영향이 새로운 사상혁명을 가져오고 있다. 청소년들은 마우스를 클릭할 때마다 화면이 급변하는 것처럼 웬만큼 느린 것은 참지 못하는 성격으로 변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정부는 한 자녀 가정의 혼자아이를 위해 방학 동안 소조직을 구성해서 형 동생역할을 체험케 하는데 전국에 이런 조직이 400만개나 된다. 또 손에 손잡고 활동(手拉手活)을 펴서 도시와 농촌을 연결하고 변화하는 10대에 맞게 가정교육이 이뤄지도록 부모교육을 학교와 직장에서 시키고 있다.

주룽지(朱鎔基) 총리는 최근 전인대(全人大) 보고에서 “어린이들에게 지식을 늘리기 위해 사실만 주입시키는 교육을 중단하고 각급 학교들은 학생들의 전반적인 자질 향상, 도덕교육 강화뿐 아니라 실재적 능력과 개혁정신 함양에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자녀 문제가 바탕에 깔린 보고였다.

칭화대 경영학원 석사생 리샤오펑(李曉峰· 26)이 한 자녀 문제를 인구문제가 아니라 생활환경 때문에 일어난 문제로 보는 것은 인상적이었다. “남녀 모두가 벌어야 웬만큼 생활할 수 있는 상황에서 두 자녀는 무리지요. 물론 문제점이 일어나지만 한 자녀 가정의 문제를 보완하는 것으로 나갈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베이징=최성자 논설위원

sjchoi@hk.co.kr

■中청소년연구중심 부주임 쑨윈샤오

"소황제, 중국만의 문제아니죠"

21일 베이징(北京)시 서삼환(西三環)의 중국청소년연구중심 연구실로 찾아가 만난 쑨윈샤오(45) 부주임은 한 자녀 가정에서 자기중심으로 유약하게 자라는 중국 청소년의 문제점을 사회적으로 부각시킨 청소년 문제 전문가이다.

1993년 7월 내몽고 초원에서 하계훈련을 하던 중국과 일본학생의 극기심 건강상태 등을 비교, 중국 학생들이 일본 학생들보다 용감하지 않고 극기심도 적으며 건강하지도 않다는 보고서 ‘하령영중적교량(夏令營中的較量)’을 내서 충격을 주었다.

그는 2월 1일 장쩌민(江澤民)주석의 특별 교육담화를 나오게 한 사건을 다음과 같이 전한다. “ 베이징(北京)대에서 한 학생이 싫어하던 친구의 차(茶)에 독약을 넣은 일이 발각되었어요.

또 올 1월에는 한 교수 아래 지도 받던 박사생끼리 연구 프로젝트를 맡는 문제로 다투다가 상대방을 죽이고 자신도 기숙사에서 떨어져 죽은 사건이 일어났지요.

이런 사건은 예전만큼 참을성이 없고 자신의 이익만 생각하는 자기중심주의, 또 공부지상주의에 의한 인격함양 소홀에서 야기되는 것입니다.“

쑨 부주임은 17세 된 외동딸에게 꼭 저녁 설거지를 시킨다. 대학 못가면 어떻게 하느냐고 딸이 대들면 "대학에 못들어가는 것은 상관없는데 네가 먹은 그릇은 네가 설거지해야 한다''고 계속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제 어른도 아이에게 군림만 할 것이 아니라 배울 것은 배워야 한다며 자신도 컴퓨터를 딸에게 배웠으며 이를 작년에 일본에서 ‘두 세대가 공동학습할 때의 문제(21世紀 兩代 共同學習時 問題)’로 발표하기도 했다.

그는 소황제족은 중국만의 문제가 아니고 자녀가 하나만 있는 가정에서 모두 야기되는 것이므로 같은 문제로 고민하는 아시아 국가끼리 활발히 교류할 필요가 있다"고 공동연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베이징=최성자 논설위원 @

■더불어 사는 지혜 터득하게

작년 7월초 중국청소년연구중심(China Youth and Children Research Center)을 방문했을 때, 전국인민회의에서 ‘청소년 보호법’이 통과되어 국가 차원에서 청소년 문제를 해결할 구체적 방안을 찾는 것을 보았다.

중국 역시 청소년 비행문제가 예외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단면이었다. 그러나 중국의 청소년전문가들과 대화를 나눌수록 그들은 그뿐 아니라 청소년의 건전 육성에 더 큰 관심을 두고 있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중국에선 한 자녀 가정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부모와 친가 및 외가의 조부모, 그리고 여러 친척들이 하나밖에 없는 아이를 위하는 마음이 대단하다. 모든 것이 아이 위주로 결정되는 경향이 강해서 중국의 아동과 청소년들은 소위 ‘소황제족’이라고 지칭되기도 한다.

이러한 경향은 조선족 사회인 연길에서도 마찬가지다. 필자가 만난 한 조선족은 한 아이만 키우는 것도 힘들기 때문에 그 이상 자녀를 갖는 것은 상상조차 어렵다고 했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더불어 살아가는 인간으로 키우는 문제가 가장 큰 관심사이다.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통계청에서 5년마다 하는 조사에 의하면 90년 현재 총 11,354,540 가구 중 한 자녀 가구는 전체의 16.4%인 1,866,552 가구로 나타났고, 95년에는 총 12,958,181 가구 중 18.3%인 2,375,147 가구였다.

2000년 조사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1997년 한국보건사회연구회의 표본 추출 조사결과 20.9%가 한 자녀 가구로 보고되었다. 우리나라에도 ‘혼자아이’ 자녀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혼자아이는 어른 속에서 자라기 때문에 또래 아이들과 협동이나 양보, 나눔 등을 익힐 기회가 부족하다. 또한 과잉보호로 인해 자립심이 부족하거나 나약해질 가능성이 높고, 적응이나 대인관계 및 성격상의 문제도 많을 수 있다.

경우에 따라 독선적이고 제 멋대로라 학교에서 따돌림받고 외톨이가 되기 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사회는 핵가족과 혼자아이가 대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수 년 전의 일이다. 누가 그 주말에 아이가 친구와 함께 집에 돌아오기 때문에 일찍 들어가야 한다는 말을 했다. 그 사정을 알아보니, 한 자녀만 있는 두 집안이 더불어 사는 능력을 길러주자는 합의하에 일정 기간씩 서로의 집에서 번갈아 지내게 했다. 부모들은 둘 다를 똑같은 자식처럼 돌보게 되고 두 아이는 형제처럼 자란다는 것이다.

상담 현장에서 절감하는 문제는 청소년이든 성인이든 서로 사이좋게 지내는 법을 모른다는 것이다. 나와 다른 차이를 포용하고, 갈등을 풀어나가며, 지혜로운 타협과 용서와 화해를 할 줄 아는 능력. 이런 능력은 책이나 강의에서 얻지 못하고 함께 부대끼면서 깎이고 다듬는 과정에서 배운다. 우리 사회는 청소년들이 더불어 사는 지혜와 기쁨을 터득하도록 세심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김광수(한국청소년상담원 상담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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