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아버지 좀 꼭 찾아주세요.”1987년 백령도 근해에서 발생한 ‘동진호’납북사건으로 아버지와 생이별한 강현문(姜賢文·15·인천 강화군 교동고1)군과 최우영(崔祐榮·30·여·사진)씨가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 앞으로 납북자들의 귀환을 호소하는 눈물의 편지를 띄웠다. 남북자 가족을 대표해 쓴 이 편지는 27일 북한 금강산호텔에서 열리는 남북적십자회담 때 우리측 대표단을 통해 북측에 전달될 예정이다.
얼마전 누나가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떠나는 바람에 강화도에서 배로 30분쯤 더 들어가는 교동도에서 할머니(76)와 단둘이 살고 있는 강군은 동진호 선원이었던 아버지가 납북될 당시에는 코흘리개 세살배기였다.
“할머니 혼자 쓸쓸히 지내시는 모습이 너무 안쓰러웠습니다. 통일분위기를 맞아 아버지가 하루빨리 돌아오시길 바라는 마음에서 편지를 썼어요.”
현문이는 약주라도 드시는 날이면 방문틈 사이로 밤늦도록 새어 나오는 할머니의 서러운 울음소리를 들을 때마다 가슴이 너무 아프단다. 할머니가 살아계실 때 아버지가 돌아와 셋이서 섬에서 오순도순 사는 것이 꿈이다.
고1때 ‘동진호’어로장이었던 아버지 최종석(崔宗錫·55)씨와 생이별을 한 우영씨는 혼자 남은 어머니가 식당을 꾸려가며 2남매를 힘겹게 키우는 것을 보며 남몰래 눈물을 삼켜왔다.
지난해 1월 국정원의 발표로 아버지가 정치범 수용소에 수감돼 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기분’이었다는 그는 현재 납북자가족모임 대표로 활동하며 아버지와의 재회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이번 8·15 방북단에 납북자 가족도 포함돼 우리도 소외되지 않는 이산가족이 되고 싶어요.” 최씨는 “이 편지들이 김국방위원장에게 정말 전해질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우리 정부의 강한 의지가 있다면 곧 아버지를 만날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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