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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준' 떠난 자리 메울자는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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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준' 떠난 자리 메울자는 누구?

입력
2000.06.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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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불붙은 월·화 드라마 전쟁“비가 쏟아지면 잠시 피해가는 여유가 있어야 한다.”

SBS 월·화 드라마‘도둑의 딸’의 성준기 PD가 5월 29일 첫방송에 들어가면서 한 말이다. MBC 월·화드라마‘허준’의 무서운 기세를 의식한 발언이었다.

그 ‘허준’도 27일로 끝이나면 7월부터 그 인기를 수성하려는 MBC와 탈환을 노리는 SBS와 KBS의 월·화 드라마 전쟁이 다시 시작된다.

MBC는 7월 12일부터 돈만이 유일한 가치가 되어버린 현실에서 삶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찾아 나서는 ‘따뜻한 것이 좋아’(이선미·김기호 극본, 김남원 연출)를 방송한다.

돈을 벌기위해 양심과 사랑마저도 버리는 젊은이들의 요즘 양태를 중심으로 드라마가 전개된다. 돈이 모든 것인 젊은이(김명민)와 돈과는 너무나 인연이 없는 인물(유오성)의 배신과 복수.

여기에 부잣집 딸(명세빈)과 가난한 집 딸(박선영)이 두 사람을 둘러싸고 벌이는 사랑이 곁들여진다.

드라마의 성패는 제작진이 밝힌 기획 의도“철저히 돈과 관계에 초점을 맞춰 극의 밀도를 높이고 생활에 밀접한 소재로 사실성과 공감대를 확보하겠다”는 것의 실현여부. 펀드메니저, 인터넷, 벤처등 현란한 직업군과 박선영 명세빈 유오성 등 젊은 연기자 위주의 캐스팅에는 분명 젊은 시청자를 잡겠다는 의도가 숨어있다.

그렇더라도 ‘마지막 전쟁’에서 보여줬던 김남원PD의 사실적인 연출이 살아나지 않으면 별볼일 없는 트렌디물로 전락할 가능성도 적지않다.

‘마법의 성’ ‘난 그녀가 좋다’ ‘성난 얼굴로 돌아보라’ ‘바보같은 사랑’에서 연속 시청률 10%에도 못미치는 쓰라린 실패를 맛 본 KBS. 7월 3일부터는 여름을 겨냥한 스릴러물‘RNA’(이홍구 극본, 전기상 연출)로 시청자 공략에 나선다.

‘M’으로 한국적 스릴러 드라마의 유형을 창출했다는 평가를 받은 작가 이홍우가 극본을 맡았다. 염력이 있는 세미(배두나) 주변에서 연속적으로 발생하는 살인사건을 추적하는 형식.

일본 연구소 생명공학팀의 의도적인 수술로 타인의 기억소자를 갖게 돼 다중 인격체로 살아가는 세미의 주변에서 원조교제를 한 사람, 성폭행을 한 범인이 끔찍하게 살해된다. 공포형식을 차용해 타락한 범죄에 경종을 울리겠다는 의도이다.

그러나 여름이라고 무조건 공포물이 시청자를 사로 잡지는 못한다.

극의 긴장이 이완되면서 외면을 받았던 지난해 SBS‘고스트’가 좋은 예. 따라서 극의 개연성과 빈틈없는 반전, 사람들의 의표를 찌르는 의외성을 갖추는 것이 급선무. 연기력이 약한 배두나 김효진 김채연이 얼마나 극적 분위기를 살려가며 연기를 해낼지도 미지수이다.

26일 9회를 방송한 SBS ‘도둑의 딸’(김운경 극본, 성준기 연출)은 ‘허준’에 몰렸던 시청자들이 자연스럽게 옮겨오리라고 전망한다.

시청률과 무관하게 도둑 가족을 중심으로 웃음과 훈훈한 서민들의 정을 느낄 수 있는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 10회를 전환점으로 도둑의 딸 김원희를 두고 음반회사 사장과 형사 손현주가 벌이는 삼각관계를 부각시켜 시청자의 눈길을 잡을 예정이다.

배국남기자

knb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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