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보세요. 제 말이 맞지요. 정치권이 개입하면 무조건 뒤짚어 진다니까요.” 의료계 집단폐업 사태와 관련, 24일 열린 여·야 영수회담 결과를 놓고 한 40대 내과 전문의가 비꼬듯이 말했다. 이 의사는 집단폐업 첫날인 20일 기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의료계가 기대하는 것은 정부가 아닌 정치권, 좀더 정확히 말하자면 최고통치권자의 ‘한마디’입니다.”굳이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는 한 시민단체 관계자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이번 결정을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정부와 민주당은 이틀전인 23일 의료계 집단폐업 철회를 위한 ‘마지막 카드’로 약사법 개정을 약속했다. 시기는 의약분업 시행 3-6개월후로 못박았다. 이한동(李漢東)국무총리서리는 정부 협상안을 의사들이 거부하자 이날 밤 긴급 담화문까지 발표, ‘원칙대로 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그런데 하룻만에 번복됐다. 정치권의 양 영수는 ‘7월 임시회기내 약사법 개정’을 내놓았다. 총리가 온 국민앞에서 약속했던 내용중 핵심안이 하룻만에 ‘실언(失言)’이 되고 만 셈이다.
여야 영수의 합의는 국민불편 최소화를 위해 나온 최선의 대책이라는데 동의한다. 그러나 원칙은 지켜져야한다. 정치권은 정부 시책이 일관성을 갖도록 힘을 실어줘야 한다. 특히 의약분업 등 국민건강과 직접 관련된 중요한 사안이 정치논리에 의해 오락가락하는 것은 혼선과 부작용만 초래할 뿐이다.
약사들이 약국 문을 닫고 거리로 나선다면 정치권은 또 똑같은 결정을 할 것인가. 정치권은 싸움을 말려야 한다. 정부 협상안이 ‘물 협상안’이 되도록 한 것은 좋지않은 선례다.
김진각 사회부기자 kimjg@hk.co.kr
사회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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