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어느 야구인을 만났더니 흥미로운 얘기를 하나 꺼냈다. 김인식 두산감독이 초보인 이광은 LG감독과 만나 나눈 얘기였다. 김감독은 한수지도를 부탁하는 이감독에게 초보감독들의 조급함에 대해 나름대로의 의견을 피력했다.6개월이상의 정규시즌을 벌이다보면 감독들이 조바심내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마음이 급하다고 해서 자꾸 선수들을 갈아치우다보면 오히려 득보다는 실이 많다는 얘기였다. 될성부른 떡잎이면 제자리를 찾을때까지 기다리는 여유가 필요하다는 게 김감독의 말한 골자였다.
이 야구인이 두감독의 얘기를 꺼낸 것은 김인식감독이나 이광은 감독을 염두에 둔 게 아니었다. 다름아닌 삼성이었다. 삼성이 출범이후 한번도 한국시리즈 우승을 못한 것은 프로야구에서 가장 안타까운 일이라는 것이다.
이야기인즉 이랬다. 사실 삼성만큼 투자도 많이 하고 선수들을 잘 대우해주는 구단도 없다. 삼성의 전용훈련장인 경산볼파크를 본 메이저리거출신 선수들조차 입을 짝 벌릴 정도다.
삼성이 야구에서만큼은 ‘일등주의’라는 그룹의 모토를 실현하지 못하는 원인을 이 야구인은 조급증에서 찾았다. 재계라이벌인 현대가 프로야구판에 뛰어든지 2년만인 98시즌에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자 삼성에도 비상이 걸렸다.
그래서 삼성은 지난 2년간 수십억원을 투자해 타구단의 좋은 선수들을 스카우트해왔다. 올해는 시즌개막전부터 투타에서 막강전력의 삼성을 우승후보 1순위로 꼽았다. 그러나 이 야구인은 삼성의 가장 아픈곳을 찔렀다. 삼성이 언제 선수들을 제대로 키워서 우승을 노린 적이 있느냐는 것이다.
헌신짝처럼 차버린 선수들이 타구단에서 펄펄 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고 삼성출신 코칭스태프는 드물다는 것이었다. 돈질로 우승할 수 있는 게 야구라면 현대와 삼성이 번갈아 우승하는 게 순리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게 야구다.
삼성이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했더라면 프로야구의 환경이 크게 달라졌을 것이라는데 거의 대다수 야구인들이 동의한다. 그렇지만 삼성이 프런트의 조급함때문에 농사를 망쳤곤 했다는 게 일반론이다. 올해 사장과 단장이 바뀐 삼성이 올시즌 어떤 성적을 낼지는 프런트의 보이지 않은 힘이 어떻게 작용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이야구인의 지적은 새겨들을만한 대목이다.
/정연석기자 ys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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