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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여름나기'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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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여름나기'에 달렸다

입력
2000.06.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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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시장 '체질개혁' 車산업 본격재편등한국경제에 ‘운명의 여름’이 다가왔다.

이달말부터 내달 사이에 쏟아질 ‘빅이슈’들이 원만하게 해결될 경우 우리 경제는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겠지만 자칫 일정이 지연되거나 논란에 휘말린다면 겨우 회복단계에 올라선 경제가 또다른 위기에 직면할 위험이 크다.

투신사 펀드의 부실자산 공개, 10조원 규모의 채권전용펀드 조성, 은행 잠재부실 완전 공개, 은행 짝짓기를 위한 금융지주회사법 도입, 기업 결합재무제표 시행 등 자금·금융시장의 ‘체질혁명’을 위한 조치가 대표적. 또 대우자동차 매각을 위한 국제입찰, 현대자동차 계열분리 및 다임러크라이슬러와의 제휴 등 자동차산업도 본격적인 재편무대에 올랐다.

■펀드 부실내역 공개

금융감독원은 이르면 26일 국내 25개 투신(운용)·종금사가 운용중인 100억원 이상 모든 펀드의 부실자산 내역을 공개한다. 부실자산에는 부도·법정관리·화의·청산진행중인 기업 등의 부도채권과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기업의 ‘준부도채권’이 포함된다.

단순히 한 펀드에 어떤 부실자산이 있는지 뿐만 아니라 부실자산을 얼마나 손실 처리했는지와 부실자산을 고유계정(회사 재산)으로 넘겼을 경우 이의 처리방법 등 세세한 사항들도 밝힌다. 부실자산 규모는 1조원을 밑도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투자자들이 액면 그대로 믿어줄지는 미지수다.

이달말 공개될 은행 잠재부실도 ‘태풍의 핵’. 정부 실사 결과 은행 잠재부실이 3조원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향후 은행 구조조정의 촉발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채권시가평가제 시행

금융기관들은 7월1일부터 펀드에 들어 있는 채권을 장부가(매입가)가 아닌 그날 그날의 시가로 평가해 펀드의 기준가격을 산정해야 한다. 채권형 펀드가 ‘원본보전’ 상품이 아니라 ‘실적배당’ 상품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채권시가평가제 확대 실시로 인해 달라지는 것은 그리 많지 않다. 22일 현재 투신권에서 이미 채권시가평가제가 적용되고 있는 펀드는 64조9,000억원으로 전체 판매잔고(100조7,000억원)의 64.4%. 나머지 35조8,000억원 중 27조1,000억원은 장부가펀드로 계속 평가되며 8조7,000억원만이 이번 제도 시행에 따른 시가평가 적용 대상이다. 이중 금융기관을 제외한 개인과 법인 가입분은 2조원 정도에 그쳐 이들이 이탈한다 해도 큰 충격은 없을 전망이다.

문제는 제도 실시시기가 신용경색 국면과 맞물리면서 투자자들의 심리를 더욱 위축시켜 ‘머니 엑서더스’를 확산시킬 우려가 크다는 것. 투신사들은 “만기매칭, 금리선물, 우량채권 편입 등으로 펀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면 원금손실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말하지만 공사채형 펀드를 원리금보장 상품으로 여겨온 고객들의 인식이 한꺼번에 바뀔 것같지는 않다.

■금융지주회사법

정부는 금융지주회사법이 내달 중 국회를 통과하는 대로 공적자금이 투입된 한빛·조흥·외환은행을 지주회사로 묶어 통합하는 방안을 준비중이다. 이같은 초대형 금융사가 탄생하면 국민·주택·하나·한미은행 등은 자율적으로 짝짓기에 나서 경쟁력을 갖출 수밖에 없을 거라는 게 정부의 시각이다.

그러나 금융계와 학계는 물론 정부 내에서조차 은행간 합병에 대한 부정적 견해가 많다. 특히 금융노련이 강제적인 합병에 강력히 반대, 오는 29일 노조 찬반투표를 거쳐 7월11일부터 파업에 나서겠다고 선언함으로써 은행 구조조정의 앞날은 험난하기만 하다.

■대우자동차 입찰

대우자동차는 26일 포드 GM 다임러크라이슬러 피아트 현대차 5개사의 입찰신청을 마감하고 30일 1~2개의 우선협상대상자를 발표한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2개사는 3개월 간의 정밀실사를 거친 뒤 9월말 대우에 가격, 기술이전, 고용등 조건을 담은 최종 입찰신청서를 내고 가장 유리한 조건을 제시한 회사가 최종 선정된다. 대우차 입찰은 컨소시엄을 구성한 현대-다임러크라이슬러와 포드 GM의 3파전이 될 전망이며 우리 경제가 본격적으로 ‘대우의 덫’에서 벗어나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현대차 계열분리 및 제휴

현대자동차는 26일 다임러크라이슬러와 자본 제휴, 전주 상용차공장 합작, 월드카 공동개발, 대우차 공동인수 등 포괄적인 전략적 제휴 방안을 발표한다.

현대차는 또 이달말 정부에 계열분리를 신청한다. 정부의 심사를 거쳐 현대차 전문그룹의 공식 출범은 7·8월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분리를 위해서 정주영(鄭周永) 전 현대 명예회장의 현대차 지분 6.9%를 정리할 것을 요구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김호섭기자

dream@hk.co.kr

이영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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