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열전] SBS '덕이' 이희우1980년 방송 통폐합으로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 TBC 연속극‘축복’이 방송사가 바뀌어 KBS에서, 그것도 흑백방송으로 시작해 컬러방송으로 끝을 맺었다. 그게 드라마 제목처럼‘축복’이었을까.
한국 방송 작가사(作家史)의 산증인인 그 주인공 이희우(61·한국방송작가협회 이사장)씨는 영원한 현역이고자 한다.
젊은 작가들의 트렌디 드라마가 주류을 이루고 있는 상황에서 그는 환갑을 넘기고도 활동하는 보기드문 인기작가이다. 쩌렁쩌렁한 목소리, 캐주얼한 옷차림이 60대라고 믿기지 않는다.
이희우는 시대극의 정수인 리얼리티가 뛰어나다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SBS 주말극 ‘덕이’에서 젊은 작가들이 흉내낼 수 없는 연륜과 체험들을 녹여내고 있다.
방송역사와 함께해온 산증인
61세불구 젊은 열정·감각 여전
"문학성·대중성 두토끼 잡겠다"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덕이’의 주시청자층이 30대이상 중장년층이라는 점을 간파하고, 20대에게도 어필할 수 있는 현대적 감각까지 살리려 노력한다.
그 특유의 요리사 작가론. “음식점을 찾은 손님들이 맛이 없다고 하면 안되듯 드라마를 보는 사람들이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 내 책무이자 작가의 운명이다.”
용산중 3학년때 접한 프란츠 사강의 ‘슬픔이여 안녕’이란 책 한권이 그의 운명을 바꿔놓았다.
사강의 처녀작으로 엄청난 주목을 받은 이 소설을 읽고 ‘이 정도는 나도 쓸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고, 중학생으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장편 한 편을 썼다.
그는 이 소설로 용감하게도 경향신문 장편소설 공모에 응모했고, 예선 통과 20편에 포함되는 이변을 낳았다.
이후 서라벌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한 뒤 소설가로 활동하다 영화의 위력을 보면서 시나리오 작가로 전업했다. “소설을 발표할 지면의 한계도 있었지만 대중들에게 영향력이 큰 영상의 매력은 젊은 나에게 신세계로 받아들여졌다.”
신상옥 감독의 ‘만종’, 이만희 감독의 ‘여자가 고백할 때’ 임권택 감독의 ‘왕십리’, 이장호 감독의 ‘별들의 고향’등이 그의 손을 거친 시나리오거나 각색 작품이다.
TV가 급부상하던 1978년 TBC의 단막극을 시작으로 방송 작가의 길을 걷게 된 그는 “30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삶의 다양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 드라마를 자연스럽게 집필하게 됐다”고 말한다.
생득적인 자유분방함과 주체할 수 없는 열정때문에 결혼도 서른다섯 늦은 나이에 했다. 여관방을 전전하며 숱한 밤을 새우며 시나리오와 드라마 극본을 썼고 요즘에도 작업에 몰입하면 미친듯이 몇날 밤을 극본을 쓴다.
“글을 쓰다 막히면 무작정 떠나거나 술독에 빠진다. 나이가 먹어도 고쳐지지가 않는다”며 웃었다. 집필한 드라마도 연륜과 함께 성격을 달리한다.
TBC ‘부부’시작으로 문학성짙은 단막극에 치중하다 40대에 접어들면서 MBC의‘봄비’‘종점’등 멜로물로 전환했다.
50대부터는 MBC ‘남자의 계절’등 홈 코믹물과 정통 홈드라마를 주로 쓰다 근래들어 시대물을 쓰고 있다. “앞으로는 8부작 정도의 미니시리즈 형태로 문학성과 대중성이 갖춘 작품을 쓰고 싶다”
그는 쉬면 병나는 체질이라고 했다. 그의 서랍안에는 수십 건의 드라마 기획안이 쌓여있다. 언제든 작품화 할 수 있는 것이다.“작가는 끊임없이 생각해야한다.
사고가 멈추면 작가로서 생명은 끝”이라는 작가. 그는 아직도 만년필로 원고를 쓴다. 운전도 못하고 휴대폰도 없는 구세대이다.
그러나 감각과 사유의 세계는 20대 자유청년이다. “세월이 많이 흐른 뒤에도 늘 신선함이 풍기는 사람이었으면 해.”
▥약력
▲1939년 서울 출생 ▲1961년 서라벌예술대 문예창작학과 졸업 ▲1966년 소설‘홍익 자활론’(대한민국 문학상 신인상) ▲1967-1984년 영화‘만종’(부일영화상) ‘왕십리’ ‘별들의 고향’(백상예술대상) ‘메아리’ ‘마지막 찻잔’‘진아의 편지’등 ▲1979-2000년 드라마‘부부’(TBC) ‘노을’(TBC·한국방송대상)‘축복’(KBS)‘봄비’(MBC)‘물망초’(KBS) ‘일월’(KBS) ‘형제의 강’(SBS) ‘덕이’(SBS·집필중) ▲1999년 한국방송작가협회 이사장
배국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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