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춤… 춤바람 "쉘 위 댄스?"▥밀실에서 광장으로
“사모님! 한곡 땡기실까요.”
장바구니 든 아줌마와 제비가 밀실에서나 즐기던 춤. 그 시절, 춤은 그 자체로 불륜이었고, 건전한 남녀에게는 당연히 금기 같은 것이었다.
‘사교춤’이라는 어색한 이름으로 불리던 이 볼룸 댄스와 라틴 댄스가 최근 어두운 밀실에서 밝은 광장으로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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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스포츠 센터와 백화점 문화센터에는 다양한 스포츠댄스 강좌가 속속 개설되고, 댄스 전문 교습소도 잇달아 문을 열고 있다.
▥춤, 문화의 주요한 흐름으로
21일 오후 2시 30분 서울 강남구 역삼동 SFA센터. 20-30대 젊은 여성 30여명이 열정적인 춤을 추고 있다.
같은 날 오후 9시50분 서울 도봉구 쌍문동 현대댄스센터. 이곳에는 직장인, 학생, 중년부부 들이 환한 조명 아래서 차차차, 룸바 등 다양한 사교춤의 기본스텝을 배우고 있다.
어디를 둘러봐도 바람난 아주머니나 제비는 보이지 않는다.
대전 둔산 신도시 아파트 단지 내에는 20여곳의 댄스 교습소가 성업 중이다. 이같은 현상은 서울 같은 대도시 뿐 아니라 중소도시도 확산되고 있다.
대학에서는 사교춤을 전문으로 강의하는 학과까지 개설됐으며,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에는 살사, 메렝게 등 사교춤을 배우거나 출 수 있는 카페(‘SOL Y SON’)까지 등장했다.
중년의 사교춤 배우기를 소재로 한 일본영화 ‘쉘 위 댄스’는 관객 20여만명을 동원하며 이같은 춤바람의 촉진제가 됐으며, ‘살사’ ‘탱고’등 춤을 다룬 비디오도 불티나게 대여되고 있다.
유행에 민감한 텔레비전에서도 이미 춤바람은 시작됐다.
SBS ‘뷰티풀 라이프’(일 오후 6시 50분)는 두달 전부터 ‘댄스 댄스’코너를 신설, 살사, 맘보, 탱고 등을 시청자에게 가르쳐주고 있으며 EBS ‘문화센터’, MBC ‘아주 특별한 아침’, KBS ‘자유선언! 오늘은 토요일’등 각종 오락·교양 프로그램에서도 역시 사교춤의 건강성을 알리고 있다.
인터넷에는 ‘LATINKOREA’등 각종 춤 관련 사이트(표)가 개설돼, 춤의 기본 동작에서 교습소까지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몇몇 사이트에는 춤을 소재로 한 영화 들의 동영상 서비스도 실시 중이다. 춤바람의 위력은 출판계에까지 이어져 최근 두달새 알렉스 무어의 ‘Ballroom Dancing’(금광사), 김종문의 ‘댄스 스포츠’(21세기 교육사)등 10여권의 사교춤 관련 서적이 쏟아져 나왔다.
▥춤바람, 주요한 문화의 흐름
뷰티풀 라이프 연출자인 SBS 공희철PD는 “대중 매체가 앞다투어 사교춤을 조명하는 것은 이미 사교춤이 생활 속에 하나의 주요한 문화현상으로 자리잡은 것을 반증한다”고 말한다.
왜 이렇게 열광적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춤에 대한 인식 변화. 이제 사교춤은 더 이상 불륜도, 금기도 아니며, 몸을 움직여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문화활동의 하나라는 생각이 보편화하고 있는 것이다.
춤은 일상의 반복에 지친 중년들에게 건전한 일탈의 계기를 제공하고 있으며, 요즘 젊은이들이 심하게 겪는 소외 현상을 극복하는 데도 더할 나위 없이 좋다는 분석이다.
두달 전부터 살사 춤을 배우고 있다는 회사원 이정광(36)씨는 “다람쥐 쳇바퀴 돌듯 집과 직장을 오가는 따분한 일상을 보내다 우연한 기회에 춤을 접하면서 몸도 가뿐하고 생활도 신선해졌다”고 사교춤을 예찬한다.
문화전문가들은 정보화 사회와 사이버 문화시대가 본격화하면서 인간의 접촉이 현저히 줄어들게 되는 것에 대한 반동 현상이라는 분석도 내놓는다.
사교춤은 기본적으로 사람의 육체적, 직접적인 접촉을 기본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선한 변화를 원하거든 부부나 자녀와 함께 근처의 문화센터를 찾아 춤을 춰보라.
기분이 달라질 것이다. ”댄스강사 박명수씨는 춤으로 얻는 새로운 느낌은 일상생활의 권태에서 벗어나는 탈출구가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나아가 바디 랭귀지(육체적 언어)는 대화부재로 소원해진 부부관계까지도 치료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어디, 우리도 춤 한번 춰볼까요?
배국남기자
knb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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