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와 CB소송서 이겨삼성 이건희(李健熙)회장의 장남 재용(32)씨의 후계 시나리오가 ‘순풍’을 만났다. 서울고등법원은 23일 “삼성전자가 97년 3월 재용씨에게 450억원대 전환사채(CB)를 발행, 다른 주주의 이익을 침해했다”며 참여연대가 낸 CB발행 무효확인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1심에서와 같이 삼성전자의 손을 들어줬다. 이로써 참여연대의 ‘탈법상속’ 역풍에 휘청거리던 삼성은 여론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법적 장애없이 후계작업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 이와 관련, 삼성 관계자는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며 큰 시름을 덜었다는 표정이다.
이번 판결을 눈여겨 봐야 하는 것은 재용씨가 이와 유사한 다른 소송에도 휘말려 있기 때문이다. 참여연대는 삼성SDS가 99년 재용씨 등에게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주당 7,150원씩의 헐값에 인수케 해 최소한 1,000억원대의 이익을 보게 했다며 소송을 냈고, 수원지법은 지난달 참여연대의 BW행사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삼성전자는 상장사이기 때문에 CB의 주식전환 때 기준주가가 있고, 삼성SDS는 비상장사이기 때문에 BW 행사가격을 정하는 기준이 불명확하다는 점이 있지만 법적 쟁점은 유사하다. 즉 두 소송 모두 주총결의를 통하지 않고 특정인에게 헐값에 CB나 BW를 넘겨줌으로써 소액주주의 권익을 해치고 상법상 절차를 위반한 것이냐 아니냐를 다투고 있는 것이다. 삼성측은 CB건과 BW건이 같은 법리에 관한 것이라며 BW 소송에서의 승리도 자신하고 있다.
삼성은 95년부터 CB와 BW 인수 및 절묘한 출자구조 구축 등을 통해 재용씨로의 권력승계를 은밀히 추진해와 거의 완성단계에 이르렀다. 재용씨는 현재 삼성에버랜드 주식을 32.4% 보유한 최대주주이고, 삼성에버랜드는 20.7%의 지분을 가진 삼성생명 최대주주. 또 삼성생명은 전자, 증권 등 대다수 삼성 계열사의 지주회사다. 이 과정에서 재용씨가 낸 상속세는 단 16억여원이지만 확보한 지분은 4조원대에 달한다.
윤순환기자
goodma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