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의 집단폐업 4일째인 23일 정부와 여당은 긴급 당정협의회를 열어 예정대로 7월1일부터 의약분업을 시행하되, 의사협회가 제기하는 문제점들을 적극 보완하겠다는 약속을 재확인했다. 의사협회 집행부는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으나 회원 사이에는 “전과 달라진 것이 없다”며 갈 데까지 가자는 강경론이 주조를 이루고 있다고 한다.의협 집행부는 회원 찬반투표를 통해 수용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지만 이런 분위기라면 타결을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국민에게 용서를 청할 마지막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말 유감스러운 일이다.
당정이 내놓은 대책의 핵심은, 약사법 개정을 올해 정기국회 말까지 매듭지어 약사들의 임의조제와 대체조제를 규제하겠다는 것이다. 이 밖에 단계적인 의료수가 현실화 방안을 9월말까지 마련하고, 의료분쟁조정법을 제정하겠으며, 의료전달 체계도 개선하겠다는 약속을 덧붙였다.
약사법의 쟁점 조항은 지난해 개정된 39조 2항이다. 의협측은 이 조항이 약사가 환자에게서 직접 증상을 듣고 일반의약품을 여러가지 섞어 내주는 길을 열어주었으므로, 의사의 진료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라는 주장이다. 또 한가지 쟁점은 대체조제. 의사가 처방한 약이 약국에 없을 경우 성분과 함량이 같은 다른 약을 주는 행위에 의사의 사전동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당사자의 한쪽인 약사회는 약사법 개정방침은 불만이지만 의료대란 극복을 위해 수용하겠다는 태도를 분명히 하고 있다. 의협만 고집을 꺾으면 쉽게 해결될 수도 있다는 희망을 갖게 하는 아량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의지를 밝혀주면 폐업을 철회하겠다던 의협이, 총리 주재로 정부와 여당의 정책 책임자들이 모두 참석한 회의에서 결정한 협상안에 대해 외면하는 이유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 의협회원들은 지금 임시국회가 열리고 있으니 당장 약사법을 개정한 뒤에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는 듯하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하다고 믿는지 정말 답답하다. 일주일 동안에 법안 작성과 상정, 상임위 심의, 본회의 심의 의결 등의 절차를 마친다는 것은 물리적으로도 불가능한 일이 아닌가.
이제 공은 의사들 손에 넘어갔다. 더 이상의 타협안은 국민이 용인해 주지 않을 것이다. 의사들은 성난 환자와 가족들에게 어떤 일을 당해도 하소연할 데 없는 외로움과 물리적 피해를 각오해야 할지도 모른다. 마지막 기회를 잃지 말기를 다시 한번 간곡히 권고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