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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도 세습하나?

입력
2000.06.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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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임목사 아들세습 논란 확산광림교회, 충현교회 등 몇몇 대형교회에서 나타나고 있는 목회자 세습이 한국교회의 물량주의와 잘못된 소유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란 비판이 강력히 제기되면서 목회자 세습 파문이 기독교계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초 광림교회 김선도 목사 후임으로 아들 김정석 목사가 확정됐다는 것이 알려지자 인터넷을 통해 뜨거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23일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이 교계 단체로서는 처음으로 공식적인 비판 성명을 준비 중이고 이와 함께 목회자 세습 반대 운동을 펼쳐 나갈 것이라고 밝혀 주목된다.

기윤실의 지유철 국장은 “일부 대형교회의 목회자 세습은 언약공동체로서의 교회의 근본을 흔드는 매우 불행한 사태”라면서 “그간 한국교회에 만연되어온 물량주의와 특정 목사에 의한 강단권 독점이라는 잘못된 관행이 낳은 결과로 마땅히 철회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국장은 조만간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아울러 교회개혁 운동과 연계시켜 목회 세습 반대 활동을 펼칠 예정이라고 밝혔다.

우선 각 교단 총회에 목회자 세습이 교회법상 정당한 절차에 따른 것인지에 대한 질의서를 보낼 예정이며, 중견 목회자 중심으로 세습 반대 선언 운동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민감한 사안에 대해 단체 명의로 비판적 입장을 표명하고 나서는 것에 대해 지국장은 “비 기독교인들에게 매우 불미스러운 사태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교계 내부의 병폐를 도려내기 위해서는 감수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16일 한국장로교총연합회 주최로 열린 ‘개혁과 갱신’ 포럼에서도 목회자 세습은 저급한 사회구조를 따르는 행위이며 교회를 사유화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발제자로 나선 박종근 목사는 “목회자 세습은 교회를 사적 소유의 개념으로 착각한 데서 비롯된 것”이라며 순례자적 정신을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파문의 직접적 도화선은 등록 신자 수 8만 5,000명에 달하는 감리교의 대표적 교회인 광림교회 담임목사의 아들 대물림 문제. 이 교회 김선도 목사가 내년 3월 은퇴를 눈앞에 둔 상황에서 후임 목사 선정은 기독교계 초미의 관심사였다.

주변의 우려에도 불구, 결국 지난달 초 아들 김정석 부목사에게 담임권이 계승되자 인터넷을 중심으로 뜨거운 논란이 불었다.

밀려드는 비난여론에 밀려 광림교회가 홈페이지 게시판을 한때 페쇄하는 등 논란은 그치지 않았다.

목회자 세습은 새천년 벽두부터 기독교계를 뒤숭숭하게 만들었던 문제. 올 1월 충현교회의 김성관 목사가 교인에게 폭행당하는 사건이 발생, 세습에 따른 부작용이 수면 위로 부상했다.

김성관 목사는 충현교회 창립자인 김창인 목사의 차남. 김창인 목사가 1980년대 은퇴한 후 담임목사가 몇차례 교체된 후 1997년 김성관 목사로 대물림됐다.

은행원으로 근무하다 신학수업을 받은 경력 때문에 김목사는 대물림받기 위해 성직자로 급조됐다는 의혹을 사는 등 내부 논란이 그치지 않다가 결국 교회운영에 불만을 품은 교인에게 폭행까지 당했다.

이외에도 대물림과 관련해 구설에 오른 교회는 소망교회, 강남중앙침례교회, 인천제이교회, 대구 서문교회 등.

이런 비판과 관련, 광림교회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일반적 정서에서 아들 계승이 적당한 선택이 아니라는 것도 잘 알지만, 규모가 큰 교회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사정을 모르는 낯선 목사보다 교회 내부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을 청빙할 수 밖에 없었다”며 어쩔 수 없는 차선책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점이 바로 물량주의에 매몰된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즉, 교회가 작은 단위로 분할되는 것을 막고 교회 성장에 집착하기 때문에 새로운 목회자 청빙을 꺼린다는 것.

빌리 그래함 목사 등도 아들에게 교회를 승계시키는 등 미국에서는 아들 승계가 일반화돼 있다거나 교회 내부에서 합의한 문제이기 때문에 외부에서 왈가왈부할 성질이 아니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기윤실의 유해신 사무처장은 “개인 지도자가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미국식 기독교가 바람직하다 할 수 없다”며 “목회 세습이 목사를 구약의 제사장과 동일시하는 신학적 오류를 범하는 것이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기독교대한감리회 기관지인 ‘기독교타임즈’의 한 사설은 “세속 정치에서도 세습은 용인되지 않고,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에서도 자랑스런 일로 평가받지 못하는데, 교회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니 참으로 낭패스럽고 부끄러운 일이다”고 지적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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