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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의료가 상품인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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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의료가 상품인 사회

입력
2000.06.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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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폐업사태속에 인터넷 토론마당에서도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네티즌들의 격한 비난에 맞선 의사들의 항변가운데 “의사도 일한만큼 벌어야 한다”는 주장들이 유난히 눈에 띈다. 다른 직업보다 힘든 과정을 거쳐 의사가 되고, 또 개업한뒤 제대로 쉴틈도 없이 진료하는만큼 그만한 경제적 보상을 받아야 마땅하다는 얘기다. 당연한 논리인듯 하지만, ‘의료대란’의 근본원인을 여기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어제 아침 한국일보 ‘한국시론’에서 의료사회학자 조병희교수는 국민복지에 긴요한 의료를 민간 의료기관에 의존하는 구조적 모순이 근본원인이라고 진단한다. 국민 건강이 걸린 의료를 이윤추구가 최우선 가치인 시장에 내맡긴 사회 전체에 잘못이 있다는 얘기다. 이런 구조아래 의사들이 저마다 일찍 개업하고, 또 ‘일한만큼 버는 것’을 보장하지 않는 국가정책에 정면도전하고 나서는 것이 그들 나름으론 불가피한 선택일 수 있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의술은 인술’이란 전통적 가치를 논하면서 실제로는 의료를 팔고 사는 상품으로 만든 것이 잘못이다. 또 그게 자본주의에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인식이 그릇됐다. 프랑스 학자 미셀 알베르는 의사와 변호사 등 시장 바깥에 머물러야 할 자유직업군이 상품으로 거래되는 미국이 서유럽보다 사회전체 의료 및 법률비용 지출은 훨씬 큰데 비해, 그 서비스 수준은 뒤지는 현실을 잘 지적한 바 있다. 이는 그제 나온 세계보건기구의 평가에서 확인됐다.

■그 서유럽 의료제도는 국공립 병원과 폭넓은 의료보험 등이 중심을 이룬다. 특히 우리와 비교해 의사가 특별히 돈 많이 버는 직업이 아닌 것이 특징이다. 그래도 그들은 심야 왕진을 다니고, 환자에게 직접 사례를 받지 않는 명예로운 전통을 지킨다. 물론 국가 의료예산과 세금부담이 크지만, 미국보다는 크게 낮다. 의약분업만 놓고 다툴게 아니라 의사와 약사의 사회적 역할과 적정 소득, 의료예산 규모 등 총체적 틀을 고민하고 다시 마련할 때가 왔다고 본다.

/강병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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