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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변형 '물지않는 모기'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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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변형 '물지않는 모기' 나온다

입력
2000.06.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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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3개국 공동연구팀 "말라리아 퇴치 기여"사람을 물지 않는 모기, 말라리아를 옮기지 않는 모기가 조만간 탄생할 것 같다.

영국 런던의 임피어리얼대 등 유럽 3개국 공동 연구팀은 22일 과학 전문지 ‘네이처 ’에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다른 생명체의 DNA 조각을 모기 알에 주입, 애벌레의 염색체를 조작하는 방법으로 유전자 변형 모기를 만드는데 최초로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유해한 곤충으로만 알려진 모기의 이미지 마저 바꿀 수 있는 과학적 성과로 평가된다. 연구팀은 보고서에서 “유전자 변형으로 인간에게 이로운 다양한 모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면서 “가령 모기의 후각 염색체를 조작하면 인간을 물지 않는 모기도 탄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BBC 방송은 특히 이번 연구가 매년 100만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가는 말라리아 퇴치에 결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했다. 현재 말라리아 원충(原蟲)은 강력한 살충제인 DDT 마저 통하지 않을 정도로 점점 내성을 띠어가고 있다.

연구팀은 이미 인도의 도시지역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 아노펠레스 스테펜시(Anopheles Stephensi)라는 말라리아 원충에 대한 유전자 변형에 착수한 상태. 이 실험이 성공하면 말라리아 원충을 아예 가지고 있지 않거나 전파하지 않는 변종 모기가 탄생할 것으로 보인다.

연구팀이 이번에 만든 모기는 유전자 변형 여부를 식별할 수 있도록 색깔을 띠고 있다. 모기 알에 주입된 DNA에는 유전물질이 배열되어 있는 플라스미드(Plasmid)라는 작은 환상(環狀)분자가 들어있다.

플라스미드는 형광(螢光) 단백질을 조절하기 때문에 모기가 자외선에 노출되면 초록빛을 띠게 돼 변이 유전자가 모기 후손들에게 유전되는지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유전자 변형 모기가 생태계를 교란시킬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미국 텍사스대의 크레이그 코우츠 박사는 “인간에게 말라리아를 일으키는 모기 매개체를 변형시킨다는 건 분명 놀라운 일”이라면서 “그러나 유전자 변형 모기를 방생할 때는 반드시 환경적 충격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준기자

d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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