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간척은 실패했다■시화간척지
시화호의 새벽은 바닷물 수혈로 시작된다. 만조가 되면 수문이 열리고 바닷물이 시궁창 냄새가 진동하는 시화호로 퍼져 간다. 간척사업이후 찾아보기 힘들어진 물새 몇마리가 수문 앞 수면에 떠오른 쓰레기 더미에서 먹이를 찾는다. 홍수 위험이 있을 때 호수의 물을 바다로 빼기위해 만들어진 수문의 용도가 뒤바뀐 꼴이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시화호를 민물이 담긴 담수호로 만들려고 했다. 그러나1994년 물막이 공사가 끝나자 화학적산소요구량(COD)이 10㎎/ℓ까지 치솟았다. 그같은 오염수는 공장이나 농사에도 사용할 수 없다.
담수호를 고집하던 수자원공사는 날로 수질이 악화하자 98년 12월 담수화를 포기했다. 이후 매일 수문을 열어 밀물과 썰물 때 3시간씩 바닷물을 끌어들이고 시화호의 물을 방류한다. 시화호 물이 더이상 산업용수로 사용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런데도 농지와 공장용지 조성은 계속 추진되고 있다. 인근 화옹지구 간척지 담수호 등에서 용수를 끌어온다는 것이나 수량과 수질이 탐탁치 못한데다 수로 건설 등에 엄청난 비용이 들어 정부 내에서조차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주민단체인 ‘희망을 주는 시화호 사람들’이 생태공원화를 제안하고 정부도 이런 저런 대책을 내놓지만 모두 죽은 갯벌과 시화호를 원상태로 돌려 놓지는 못한다. 안산시 주민 노영석(盧永錫·33)씨는 “국회는 국정감사를 벌이고 검찰은 그 결과에 따라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 이제 어떤 방법으로도 시화호를 살릴 수 없다면 ‘실패한 개발은 처벌받는다’는 교훈이라도 남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서산간척지
전문가들은 간척지에 조성되는 담수호가 수질 악화를 피할 수 없는 구조적 요인이 안고 있다고 지적한다. 김영수(金永洙)그린토목연구소장은 “오염원은 많고 물은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니 수질 악화는 당연하다. 산업용수로 사용이 가능할 정도로 오염정화시설을 만들자면 비용이 천문학적”이라고 말한다.
가장 좋은 수질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서산간척지(1995년 완공) 담수호(간월호)조차 물이 썩어가고 있다.
서산A지구 간월호 중류는 코를 찌르는 악취로 마스크를 쓰지 않고는 접근조차 불가능했다. 파리와 모기떼가 온 하늘을 뒤덮어 눈도 뜰 수 없다. 농업용 제방 아래 호숫가에는 하얀 물체들이 가득 쌓여 있다. 죽어서 떠오른 잉어였다. 지난달 23일 잉어의 집단 폐사가 발생한 뒤 현대 아산농장측이 계속 죽은 물고기를 수거하고 있지만 아직도 수천마리가 간월호를 떠다니고 있다. 잉어는 누런 폐수가 흘러나오는 수로 부근에서 집중적으로 폐사했다.
지역환경단체들은 농장에서 다량으로 사용된 농약이 흘러나와 잉어가 폐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곳에서 자주 낚시를 하는 주민 변홍태(邊弘泰·56)씨는 “독한 농약 때문인지 물고기가 죽어서 떠오르는 일이 자주 발생하는데 갈수록 규모가 커진다”며 “지금까지 가운데 이번이 최대”라고 말한다.
■송도간척지
채산성의 측면에서도 간척은 실패했다. 비용은 엄청난데 부지에 대한 수요는 많지 않으니 당연한 결과이다.
인천시가 2001년 완공을 목표로 건설중인 송도간척지. 방조제를 막아 놓고 안쪽을 모두 흙으로 메우는 공사가 한창이다. 방조제 바깥쪽 갯벌을 퍼서 안쪽을 메우는 독특한 공법을 채택하고 있어 주변 바다가 온통 흙빛이다. 방조제 안팎의 갯벌이 다 죽어가고 있는 셈이다. 공사현장사무소 입구 대형 안내판에는 ‘1조7,424억원을 투입, 500만평을 매립해 테헤란밸리 같은 미디어밸리를 만들겠다’는 화려한 전망이 적혀 있다. 그러나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매립이 끝난 2개 공구 250만평에 대해 경제성 평가를 실시한 결과 수입은 110여억원인데 비해 비용은 490여억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특별취재팀
본보·환경운동연합 공동 특별취재팀
사회부 이은호기자 leeeun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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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부 이종철기자 bellee@hk.co.kr
원유헌기자 youhoney@hk.co.kr
환경운동연합 갯벌팀 장지영팀장 jangjy@kfem.or.kr
김경원간사 kimkw@kfem.or.kr
원유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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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평·무안만의 간척중단
10여년간 계속된 영산강 하구에 대한 대간척 사업, 그리고 1998년 이 사업의 철회는 ‘간척 정책의 패배’를 알려주는 단적인 사례다.
서해의 남단에 위치한 함평만과 무안만. 물이 빠지면 수평선이 보이지 않는 광활한 갯벌이다. 발을 디디면 가슴까지 퍽퍽 빠질 정도로 부드러운 이 갯벌은 생산력에 있어서 세계 최고라고 한다. 낙지 게 조개 등 저서생물이 풍성해 이 지역에는 “갯벌에서 대학생 난다”는 말이 있다.
이 갯벌은 영산강개발 4단계 사업에 따라 간척될 운명에 놓여져 있었다. 그러나 환경단체들과 지역 국회의원 등의 꾸준한 노력으로 98년 사업계획을 막아냈다. 특히 함평·무안만 간척사업 철회 이후 정부는 “앞으로 환경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대규모 간척은 모두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옹진 대부 가로림 부창 등 주요 간척계획이 철회됐다.
영산강개발 4단계 간척사업의 철회는 시화호 등에서 벌어진 간척지 담수호 수질 악화, 송도간척지 등에서 제기된 간척의 비경제성 등을 고려한 것이다. 하지만 가장 직접적인 계기는 한마디로 영산강 일대 기존 간척 사업이 모두 실패했기 때문이다.
농업기반공사는 89년 시작된 영산강개발 3단계 사업을 통해 농지조성을 위한 대규모 간척을 벌였고 그 결과 담수호인 영암호와 금호호가 탄생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우려대로 수질은 농업용수 기준인 화학적산소요구량(COD) 8㎎/ℓ 부근을 오락가락했다. 더구나 지금도 수질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어 조만간 농사가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런 극한 상황이 나타난 이후에야 정부는 대규모 간척 중단이라는 결단을 내렸다. 이미 우리나라 갯벌의 핵심적인 부분은 모두 사라지고 난 뒤였다.
/특별취재반
■부작용 빚는 북한의 간척
서해안에 새 땅을 만들겠다며 대규모 간척사업을 벌인 북한도 많은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다.
압록강 하구에서 청천강 하구에 이르는 북한 최대의 간척지는 최근 쌀 생산량이 급격히 줄고 있다. 1995년부터 3년간 30%가 감소했다는 일본 언론들의 보도도 있었다. 염도가 높은 농지에서는 농약과 비료를 집중적으로 사용하고 객토도 지속적으로 해야 하는데 경제난으로 이같은 염지 농법이 제대로 실행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86년 서해갑문이 완공된 이후에는 남포 등의 공단에서 흘러나오는 오염물질이 바다로 빠져나가지 못해 수질이 급격히 나빠졌다. 이로 인해 주변 농토에 충분한 농업용수를 공급하는데 상당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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