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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본 정상회담 / 극단의 감정·냉소주의 경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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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본 정상회담 / 극단의 감정·냉소주의 경계를

입력
2000.06.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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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간의 역사적 정상회담을 지켜봤다. 한국인들은 수수께끼 인물로 여겨졌던 김위원장이 김대통령과 수행원들에게 보낸 예상치 못한 대대적 환영으로 인해 황홀경에 빠졌다.남북 정상회담의 의의에 대해 많은 글이 발표됐으며 남·북한 관계 뿐 아니라 동북아 정세와 관련,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주변 4강의 미묘한 이해관계에 대해 많은 언급이 있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국제적 지위 향상과 김위원장의 국내외 위상강화가 이뤄졌고, 김대통령의 인기상승과 정책추진력 강화 및 반대세력이 약화하는 결과가 초래됐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주한미군의 존속문제와 동북아시아 지역에서의 미군의 향후 거취에 대해 염려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북한과의 관계개선은 이달 말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북한이 국제사회에 편입됨으로써 미국의 국가미사일방어(NMD)체제의 개발명분이 약화된 것은 러시아와 중국에게는 유리한 요소이다.

국제정치와 세력균형의 논리에서 벗어나 한국인들의 감동과 희망에 대해 시각을 돌려보자. 정상회담 기간중 한국은 통일의 희망에 사로잡혀 있었다. 한민족에게 ‘통일’이상의 감동을 주는 단어는 없다. 평양에서 두 정상은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함께 불렀다. 외국인들에게 이 같은 한국인의 감동은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 것일 수 있다.

비단 북받치는 감정에 눈물 흘리던 이산가족이 아니더라도 많은 남한 주민들은 한반도에서는 극히 이례적일 수 밖에 없는 이 사건을 감동의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한국인들은 지역적 이질성에도 불구, 하나의 민족이라는 이유로 눈물을 흘렸다. 북한의 독재권력에도 유교적 가치는 녹아있기에 가족의 문제는 절대 무시할 수 없다. 한국인으로서의 동질성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이 민족이 외세로부터 그들의 문화를 지키며 국가를 유지시켜온 방식이었다.

한국인들은 동북아지역에서 가장 감정적인 민족으로 묘사돼 왔는데 이는 늘 긍정적으로 비춰진 것만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의 감정은 매우 순수한 것이다. 한국인들 에게는 다른 나라와 달리 민족과 문화 언어 등이 하나다. 한민족에게 ‘우리나라’ ‘우리민족’이란 단어의 의미는 지구상의 어느 다른 나라보다 의미가 깊다.

미국의 경우는 장례식 같은 엄숙한 의식에서도 유머나 분위기를 풀어나 갈수 있는 가벼움을 찾아야 한다. 그러나 한국인들에게 감정의 분출은 세월속에 쌓여있는 한(恨)을 풀어 내야하는 일종의 카타르시스다.

협상초기인 지금 단정짓기는 어렵지만 몇몇 가족은 상봉할 것이다. 통일에 있어 현명한 방법은 동일한 문화속의 감정적 유대를 이뤄내는 것이다. 통일이란 궁극적 목표는 아직 지평선 너머에 있을지라도 손에 잡힐만큼 가까워 보일수도 있다.

반면 희망이 커질수록 실망의 위험도 커진다. 특히 이번 현상은 자연스런 화해로부터 이뤄진 것이기도 하지만 상당부분 의도적이기도 하다. 과거 김위원장에게 비난 일변도로 대하던 남한 언론은 이제 그를 지적이고 비전에 찬 인물로 묘사한다. 그러나 극단적인 두갈래의 시각은 모두가 부정확하다는 점을 말해준다. 분위기에 편승해가는 언론의 시각과 여론은 올바른 통일정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 같은 극단적 행복감이나 실망 또는 통일에 대한 부당한 냉소주의에 빠져드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김대중대통령의 장기비전과 햇볕정책에 대한 신뢰가 더욱 중요하다. 남한에 있어 지금 시기는 여야간 반목을 없애고, 국회의 중지를 모으며, 공동의 목표를 향해 함께 나아가야 할 시기이다.

혹자는 이번 정상회담이 단지 전술적인 발상에 지나지 않는다고 폄하한다. 양측이 모두 자신의 정책과 이익, 전략과 목표만을 추구했다는 지적이다. 물론 양측이 현재의 상태에서 무엇을 선택하고 추구해야 국익에 충실할 것인가를 고민끝에 선택한 것은 전술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전술은 종종 전략이 되고 목표로 발전하며, 수단이 목적이 될 수도 있다. 남과 북이 자신의 이익에 충실하는 것은 단지 몇몇 이산가족의 일시적 상봉이상으로 모든 한국인에게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데이비드 스타인버그 美 조지타운大 아시아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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