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 제정신인가"의협 '투쟁지침'에 시민들 비난빗발
“의사들이 운동권 학생입니까” “의사들이 이제는 이성까지 잃었어요.”
의사협회가 ‘5∼7일간 타협없는 폐업투쟁’을 내부 투쟁지침으로 정한 사실이 22일 알려지면서 의사들의 ‘극한상황을 상정한 위험한 게임’에 우려와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특히 의협은 투쟁지침에서 집단폐업을 ‘대의(大醫)’라고 규정하고 지하투쟁까지 선언하고 나서 시민들을 아연실색케하고 있다.
의협은 정부와 1차 협의가 이뤄진 21일 전국 회원들에게 보낸 투쟁 지침을 통해 “정부는 폐업투쟁이 3∼4일을 못 갈 것으로 착각하고 있지만 5∼7일을 넘기자”고 회원들을 종용했다.
김재정(金在正) 회장과 신상진(申相珍) 의권쟁취투쟁위원장 명의로 된 이 지침은 “눈앞의 환자치료에만 급급해 온 의사들은 이제 의연히 투쟁하는 투사가 됐다”며 “당근을 받아먹지 말고 투쟁해 승리를 쟁취하자”고 강조했다.
지침은 또 “7만의사들은 잘못된 의료제도 강행에 맞선 대의의 길로 들어섰다”며 “모두 단결하면 승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집단폐업은 대의이고 환자치료는 소의(小醫)’라는 황당한 현실인식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의협은 투쟁지침에서 ‘정부의 와해공작과 오만함에 맞선 민주화투쟁’ ‘지도부를 스스로 보호하기 위해 지하투쟁에 나선다’ ‘적당한 시기에 함께 손잡고 감옥에 갈것’이라는 등의 흘러간 학생운동권 용어를 남발, 국민들은 더욱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서울 YMCA 신종원(辛鍾元) 시민중계실장은 “의사들이 본말이 전도된 ‘폐업을 위한 폐업’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입증한 셈”이라며 “의사들이 이제는 이성을 거의 상실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신 실장은 또 “병원장들은 간호사들이 파업할 때는 환자 생명 운운하며 꾸짖곤 했다”며 “이제는 환자생명이 무의미해졌다는 말이냐”고 지적했다.
의약분업 정착을 위한 시민운동본부 이강원(李康源) 사무국장은 “국민과 환자를 위하는 의사들이 자신의 존재마저 부정하고 있다”며 “국민들의 복귀 요구를 계속 무시하면 시민의 힘으로 응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사승언(史昇諺) 의쟁투 대변인은 “내부 회람용일뿐 대외 공식 발표문은 아니다”면서 “‘투쟁지침’이라는 표현보다는 ‘회원에게 드리는 글’ 로 이해해 달라”고 해명했다.
김용식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