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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조연의 지존"

입력
2000.06.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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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지금] 임현식-조형기★스타, 지금

최고는 한 사람밖에 없다. 그렇다면 조연의 지존(至尊)은 누구일까?

조연 연기의 최고를 자부하며 시청자의 사랑을 받고있는 임현식과 조형기.

둘을 MBC 월·화 드라마 ‘허준’과 SBS 월·화 드라마 ‘도둑의 딸’ 촬영현장에서 만났다.

■구수한 임현식

“홍춘이-”극중 인물을 부르는 것만으로 웃음이 나온다. 연기를 마치고 앉자마자 “누가 ‘허준’에서 제일 인기있는 줄 알아요?”답을 확신하는 질문속에는 ‘연기에 있어서는 내 라이벌이 없다’ 라는 평소 임현식(55)의 자신감이 배어있다.

31년 관록서 우러난 코믹 "연기에 내 라이벌은 없다"

그렇다. 최고 시청률 드라마에서 그는 주인공 전광렬보다 더 주목을 받고, 시청자들로부터 환호를 받는다. 그를 보기위해 ‘허준’을 본다는 사람도 있으니.

임현식은 요즘 KBS 시트콤 ‘멋진 친구들’, SBS 일요아침 드라마‘좋아 좋아’등 방송 3사를 넘나들며 주특기인 코믹 연기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1969년 MBC 탤런트 공채 1기이니 벌써 연기생활 31년째. 그의 코믹 연기의 변용의 폭은 누구보다 넓다. 정통 연기를 온몸으로 체득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시청자들은 코믹 연기에 쉽게 식상해 하지만 임현식에게 싫증을 내는 사람은 드물다.“코믹연기는 자칫하면 과장이나 억지처럼 보이기 쉽습니다.

그래서 드라마가 시작되면 임현식이 아닌 극중 인물에 철저히 몰입하는 거지요.”

그는 연출자들이 촬영에 들어가면 연기를 믿고 맡기는 몇 안되는 연기자중의 한 사람이다. 당초 ‘허준’전반부에 나왔다가 사라질 운명이었지만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 출연한 것은 순전히 그가 소화해낸 캐릭터에 시청자들의 눈길이 몰렸기 때문이다.

그 역시 연기입문이 비슷한 이정길처럼 두 여자를 놓고 사랑의 줄다리기를 벌이는 멜로 드라마의 멋진 주연을 하고 싶지 않았으랴? “빨리 파악했지요.

‘이도령과(科)’가 아니라 ‘방자과’라는 것을. 그래서 언제 어떤 역이든 마음 편하게 연기합니다.”

‘어사출두’의 갑봉이, ‘한지붕 세가족’의 순돌이 아빠 등 염치없는 짓거리도 많이 했지만 빈틈많고 어수룩한 미워할 수 없는 방자과의 임현식을 시청자들은 자신과 동일시하며 부담없이 좋아한다.

생긴 것처럼 옷차림도 수수한 그는 막걸리 냄새가 나는 쉰소리로 평소에도 사람들을 잘 웃긴다. 하지만 연기 이야기를 할 때만은 진지한 표정. 어쩔 수 없는 이 시대 광대이다.

■흥겨운 조형기

촬영장에 나타난 조형기(44)에게서 술 냄새가 진하게 난다. 상가(喪家)에서 밤을 샜다고 했다.

하지만 ‘도둑의 딸’ 촬영이 시작되자마자 빈틈없이 형사 반장역을 해낸다.

온몸으로 웃기는 노력형

"이미지 아닌 연기로 승부"

모처럼 맡은 비교적 진중한 역이지만 자연스럽다. SBS 주말 드라마 ‘덕이’에서 조형기하면 떠오르는 코믹한 캐릭터, 아내에게 쥐어사는 이발소 주인역도 연기하고 있다.

본인의 노력 뿐만 아니라 ‘피는 속일 수 없구나’라는 생각을 절로 들게한다.

그의 아버지 조항(趙恒)은 1967년 타계하기 전까지 스크린과 무대를 오가며 성격파 배우로 이름을 날렸다. “삶 자체가 웃음 아닌가요. 사람 사는 것에 최선을 다하면 연기는 자연스럽게 되는 것 같아요”

이 말에는 그의 삶의 질곡이 숨어있다. 그는 방송사 소품 담당, 백화점 판매원 등 어려운 시절을 헤쳐오다 81년 스물다섯 늦깎이로 MBC 공채15기로 데뷔했다.

그는 시청률이 연기자의 기본을 흔들어 놓았다고 비판한다. 연기자의 생명은 이미지가 아니라 연기인데. “‘368 창’이라고 아세요?”라는 의외의 질문을 던진다.

“제가 연기를 시작한 뒤 10년동안은 신인들은 3·1절, 6·25전쟁, 8·15 광복절 기념일과 방송사 창사 특집에만 출연할 수 있어 이때 기회를 놓치지않기 위해 목숨걸고 연기를 했지요”

그의 연기는 임현식의 코믹 연기과 차별성을 갖는다. 임현식이 대사에 치중해 웃긴다면, 조형기는 동작으로 웃기는 경우가 주류를 이룬다.

그리고 서민풍보다는 건달 캐릭터가 더 잘어울린다. 해학과 풍자를 표출하는 연기자하면 조형기라는 답이 자동적으로 나올 수 있도록 작품마다 노력하겠다는 조형기.

“10년 뒤 임현식 형님처럼 삶의 역정이 깃든 캐릭터 연기를 해보고 싶습니다” 는 겸손으로 조연의 지존자리를 임현식에게 넘긴다.

배국남기자

knb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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