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선생님 없이 저는 어떡합니까"“퇴원하라고 할때 그냥 버텼어야 했는데….”
22일 오전 11시께 서울대병원. 이틀전 병원의 퇴원 권유로 집으로 돌아갔던 유방암환자 이모(53·여)씨가 고통을 견디다 못해 다시 응급실을 찾아왔다.
5년전 유방암 수술 후 통원치료를 받아오던 이씨가 암세포 전이로 왼쪽 늑막에 물이 차올라 서울대병원에 입원한 것은 지난 4월. 필사적으로 병마와 싸우던 이씨는 돌연 20일 오후 병원측의 퇴원권유를 받았다.
‘알프라조람’이라는 신경안정제 없이는 고통을 참기 힘들 만큼 통증에 시달려온 이씨가 퇴원하면서 받은 약은 겨우 하루분. 병원측은 그냥 “약국에서 구입해 복용하라”고만 했다.
똑같은 약을 구하기 위해 남편 박모(53)씨는 퇴원 당일 밤부터 서울시내 약국을 전전했다. 그러나 이씨에게 필요한 약을 구비한 곳은 거의 없었던데다, 그나마 의사처방이 없다는 이유로 구입을 거절당했다.
물이 차오른 늑막이 장기를 짓누르는 바람에 제대로 눕지도 못한 채 뼛속까지 스며드는 고통과, 때때로 찾아오는 호흡곤란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는 아내를 돌보느라 박씨는 잠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결국 서울대병원 근처 약국에서 성분이 비슷한 약을 구할 수 있었으나 아내는 “담당의사가 지어준 약이 아니어서 믿을 수 없다”는 이유로 약을 거부했다.
이틀밤을 꼬박 뜬 눈으로 지샌 박씨는 “대형병원이 의외로 한산하다”는 보도를 접하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날 응급실을 찾았다. 환자들이 밀려들어 장바닥같은 분위기였지만 다행히 30여분정도 기다려 의사의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병원 치료를 못 받은 사이 병세가 악화해 다른 쪽 늑막까지 물이 차올랐답니다”라고 한숨을 내쉰 박씨는 “내일부터는 그나마 마지막 남은 교수님들마저 병원을 떠난다는데 그렇게되면 내 아내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라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양정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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