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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렌지는 얼음을 못녹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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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렌지는 얼음을 못녹인다?

입력
2000.06.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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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렌지는 렌지에서 만든 전자기파로 음식에 포함된 물분자를 진동시켜 열을 발생하는 방법으로 음식을 뜨겁게 데운다고 한다. 그러면 전자렌지는 물을 얼린 순수한 얼음을 빨리 녹일 수 있을까?전자렌지가 만든 전자기파는 물분자를 진동, 가열시키므로 물분자가 얼어있는 얼음은 잘 녹이지 못한다.

물분자는 산소원자 1개와 수소원자 2개로 이루어져 있는데 산소원자 쪽에는 음전하가, 수소원자 쪽에는 양전하가 더 많아 극성을 띈다. 이 극성 때문에 물이 있는 곳에 전기장을 걸어주면 물분자들이 전기장의 방향에 따라 회전한다.

나침반 주위에 자석을 가져가면 나침반 바늘이 회전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나침반에서는 자기력이, 물분자에서는 전기력이 회전하도록 만든다.

전자기파는 전기장이 방향 바꾸기를 계속하며 나아가는 파동이다. 1초동안 방향 바꾸는 횟수를 진동수라고 하는데 전자렌지에선 진동수가 24억5,000만번(2,450㎒)인 마이크로파를 이용한다.

마이크로파란 진동수가 10억-300억번인 전자기파로 통신이나 TV방송 등에 이용된다. 통신용 전자기파와 간섭을 피하기 위해 전자렌지에서는 정해진 진동수의 마이크로파만 사용하도록 돼 있다.

전자렌지에 넣은 음식에 마이크로파가 지나가면 음식물에 포함된 물분자가 정신없이 이쪽 저쪽으로 회전하고, 회전하면서 주위의 물분자와 이리 저리 부딪쳐 열이 발생한다. 이 열이 음식의 다른 부분에 전달되면서 음식이 익는다.

그런데 얼음은 물분자가 일정한 모양으로 서로 단단히 결합돼 있다.

그래서 얼음에 전기장을 걸어주더라도 물분자 하나 하나가 회전하지 못하므로 전자기파는 얼음을 그대로 통과해버리고 열을 발생시키지 못한다.

냉동 고기를 전자렌지로 해동시킬 때도 마이크로파가 냉동고기의 얼음을 직접 녹이는 것이 아니라 얼음 주위의 물기를 먼저 뜨겁게 한다.

전자렌지엔 해동버튼이 따로 있는데 이것을 누르면 마이크로파를 연속하여 발생시키지 않고 띄엄 띄엄 발생시킨다. 뜨거운 물이 얼음을 녹일 시간을 주기 위해서다.

전자렌지는 2차 세계대전 직후 영국의 퍼시 스펜서가 발명했다. 당시에 마이크로파를 군사용 레이더에 이용했는데 스펜서가 마이크로파 발생장치인 마그네트론 옆에 있을 때 바지 주머니의 초콜릿이 녹아버리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한가지 실험을 했다. 팝콘용 옥수수를 마그네트론에서 나오는 마이크로파에 쪼이니 팝콘이 멋지게 튀겨지는 것이 아닌가?

여러분도 비슷한 실험을 해볼 수 있다. 비누를 전자렌지에 넣고 스위치를 켠 뒤 3분을 기다리면 거대한 비누 팝콘이 만들어진다. 비누 속에 포함된 수분이 증발, 모두 기체로 바뀌면서 비누가 부풀어 오른 것이다.

비누 성분은 전혀 바뀌지 않았으므로 세수하는 데는 조금도 지장이 없다.

차동우 인하대 물리학과 교수

염영남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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