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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독일 '명가의 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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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독일 '명가의 몰락'

입력
2000.06.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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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마니아·포르투갈에 패해 8강탈락 '수모'축구명가가 몰락했다. 포르투갈이 21일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열린 유럽축구선수권(유로 2000) A조 3차전서 지난대회 우승국 독일을 3-0으로 완파했다.

이미 잉글랜드와 루마니아를 연파한 포르투갈은 세르지오 콘세이상의 해트트릭으로 3연승을 거두며 8강에 진출했다. 벨기에 샤를루아에서 벌어진 같은 A조 경기서는 루마니아가 축구종주국 잉글랜드를 3-2로 물리치고 2위(1승1무1패)로 8강에 올랐다.

유로2000은 독일에게 치욕적인 대회로 기록되게 됐다. 1984년 이래 국제대회에서 가장 일찍 탈락했다. 무승으로 예선탈락한 것은 1938년 월드컵 이후 62년만에 처음이다.

포르투갈은 조1위를 확정지은 상태에서 후보선수 9명을 투입하는 여유를 부리며 독일에 완승했다. ‘녹슨 전차’ 독일은 해트트릭을 기록한 포르투갈 콘세이상의 스타탄생을 멍하니 지켜봐야 했다.

콘세이상은 전반 36분 파울레타의 센터링이 독일 GK 올리버 칸의 머리를 넘어오자 헤딩으로 첫 골을 터뜨렸다. 이어 후반 9분 20㎙ 중거리슛으로 네트를 갈랐고 후반 26분 세번째 골을 추가했다.

콘세이상은 유고 밀로세비치, 슬로베니아 자호비치와 함께 득점 공동선두(3골)로 뛰어올랐다. 유로2000을 끝으로 국가대표에서 물러나는 독일의 마테우스는 A매치 150경기 출전의 대기록을 세웠지만 씁쓸함은 감추지 못했다.

루마니아와 비기기만 해도 8강에 진출할 수 있었던 잉글랜드는 후반 44분 페널티킥으로 통한의 역전골을 허용했다. 18일 34년만에 독일을 꺾은 잉글랜드는 30년간 계속된 ‘루마니아 징크스“를 깨지는 못했다. 잉글랜드는 70년 이후 루마니아에 4무3패로 한번도 이기지 못했다.

/김정호기자 azure@hk.co.kr

■모든팀이 강호…매게임이 결승

전대회 우승팀이자 대회 최다우승국 독일(구서독 포함 3회)과 영원한 축구강호 잉글랜드가 유로 2000 조예선서 나란히‘동반탈락’, 대회 최대의 이변이 일어났다.

그러나 유럽선수권에서는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유럽의 강호 16개국이 참가한 유럽선수권이 전세계 32개국이 참가하는 월드컵보다 훨씬 더 조예선을 통과하기 어렵다는 사실때문이다.

실제로 1988년 서독 유럽선수권에서 당대 최고의 공격수 게리 리네커가 이끈 잉글랜드는 조예선 3전패로 참가 8개국중‘꼴찌’를 기록한 일도 있다. 잉글랜드는 차라리 올해는 숙적 독일에 34년만에 승리를 기록, 나름대로의 성과가 있는 셈.

일찌감치 예선탈락한 체코와 덴마크는 얼핏 유럽축구의 약체로 여겨지나 이들은 잉글랜드도 경험해보지 못한 76년과 92년 유럽선수권 우승국들이다.

이번 대회 돌풍의 주역 포르투갈의 선전도 그다지 놀라운 사실은 아니다. 포르투갈은 84년에 대회 4강에 진출한 바가 있으며 당시 서독보다 좋은 성적을 냈다.

유럽인들에겐 올해 11회째를 맞는 유럽선수권이 지구촌 최고의 축제 ‘월드컵’보다 더 흥미거리다.

월드컵에서는 유럽의 강호들이 아프리카·아시아팀 등 ‘기댈 언덕’이 있기때문에 조예선통과는 그야말로 식은 죽먹기지만 유럽선수권 조예선은 모든 팀들이 강호이기 때문에 매게임이 결승전이나 다름없다.

월드컵만 봐왔던 국내의 축구팬들이 한밤중 유럽에서 터지는 온갖 이변에 두눈이 번쩍 깨는 것도 그다지 황당한 일은 아닌 것이다.

/ 이준택 기자 nag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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