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도 그랬고 교육부장관도 그랬고 고액과외는 단속한다고 했잖습니까? 오늘 신문 보니까 단속도 안하고 고액과외규제법도 아예 안 만든다니 결국 돈 있는 사람은 고액과외 시키라는 얘기 아닙니까.” 21일 적지 않은 학부모들은 교육문제를 담당하는 기자에게 이런 항의를 해왔다.
그랬다. 분명히 대통령도 그랬고, 장관도 그랬다. 헌법재판소가 과외금지 위헌 결정을 내린 4월27일 직후 상황으로 거슬러올라가 보자. “고액과외를 규제할 수 있는 새 법률이 제정될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당장에라도 국세청과 협의해 세무조사 등을 통해 고액과외를 철저히 단속하라.” 대통령 지시다. “6월5일 16대 국회 개원에 맞춰 고액과외규제법안을 제출하되 그 전에라도 하루빨리 고액의 기준을 정해 철저히 단속하겠다.” 장관의 누차에 걸친 다짐이다. 그런데 몇 주 전부터, 교육부 당국자들의 입에서는 “고액과외 단속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는 소리가 천연덕스럽게 흘러나왔다.
여기서 왜 말이 달라졌느냐고 묻고 싶지는 않다. 자문기구에 불과한 ‘과외교습대책위원회’의 토론결과에 목을 매다시피 해온 교육부 고위 당국자들의 이런저런 무책임한 행태를 새삼 들먹이고 싶지도 않다. 그러나 장관이 국민에게 누누이 한 약속을 저버리는 상황이라면 “대책위에서 그렇게 의견을 모았다”는 식으로 구렁이 담넘듯 해서는 곤란하다. 그 이유를 국민에게 떳떳이 밝혀야 한다.
윤락행위 근절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윤락행위방지법이 있다고 윤락행위가 근절되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왜 단속과 법규가 있는지 교육부는 곰곰히 생각했으면 좋겠다. 학부모들의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는 길이다.
이광일 사회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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