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문제는 전문기관과 전문가에 맡기고 이제는 차분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너도 나도 잔치상에 숟가락 하나씩 얹어 놓으려는 듯이 달려드는 것은 국가적 에너지의 낭비일뿐만 아니라 보기에도 민망하다. 모두가 남북문제에 매달려서인지 우리의 경제사정이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 남북문제도 결국엔 돈이다. 국내 경제가 건실해야 남북간의 교류·협력 바탕도 건실해지게 마련이다.남북문제를 올바르게 정리하는 것은 물론, 정부와 국민을 일상으로 돌아가게 하는데 좋은 수단은 정치이다. 다행히 16대 국회가 원구성을 마쳐 놓았으며 여야가 각각 상임위 활동 준비를 본격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정치가 여전히 남북문제에 기웃거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여는 여대로 남북 정상회담의 성공적 결실을 정국의 주도권 확보에 이용하려 하고 있고, 야는 야대로 뒤늦게 숟가락을 얹으려는 태도다. 여당이 남북문제를 주도하는 것은 국정의 책임을 지고 있기 때문이지, 정치적 능력의 비교우위에 있어서가 아닐 것이다. 따라서 남북문제가 급진전된다고 해서 야당이 초조해 할 필요는 없다.
야당이 할 일은 엄연하게 있다. 남북문제에서 정부나 여당이 과속할 경우 그 브레이크를 잡는 역할을 야당이 해야 한다. 6·15 남북공동선언이 완벽한 것은 아니다. 이 선언이 과연 국가와 국민의 이익에 부합하는 것인지, 미진하거나 문제가 있는 대목이 있다면 마땅히 지적을 해야 한다. 야당은 그런 일을 해야 한다. 야당총재가 김정일국방위원장을 만날 용의가 있다고 제의를 하는 것이나, 북한 언론인을 초청하겠다는 발상은 지금 시점에서 적합하지 않다고 본다.
여야가 정작 해야 할 일은 많다.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남북관계 진전에 맞게 우리 내부의 제도를 손질하거나 개념을 정리하는 일은 정치권의 몫인 것이다. 우선 급한 것이 국가보안법 개·폐문제이다. 초·중·고의 통일교육은 물론, 군의 주적(主敵)개념 정리도 시급하다. 개념정리도 제대로 되어있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 관계자나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TV에 나와 “김정일국방위원장님께서 말씀 하셨다”는 식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과공(過恭)언사를 사용하거나, 마치 통일이 금방 이뤄질 것처럼 말하는 것은 어색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비로소 남북간 적대관계 해소 및 공존공영의 계기가 마련된 것 뿐이다. 정부 당국자들은 좀더 신중한 태도를 취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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