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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오버 뮤지컬 '도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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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오버 뮤지컬 '도솔가'

입력
2000.06.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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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가에 맞춰 춤추는 招人이제 짜라투스트라는 신라 고승 월명의 입을 빌어, 절대 자유의 인간을 부르짖는다. 문화게릴라 이윤택이 쓰고 연출한 크로스오버 뮤지컬 ‘도솔가’는 포스트모더니즘의 강을 건너, 이 시대의 질곡까지 뛰어 넘는다(진우예술기획).

광야의 초인 짜라투스트라를 혼돈의 신라 중기로 데려간다. 고행중이던 짜라가 마침 득도, 저잣거리로 나가 혁명을 일으켜 백성의 세상으로 만들지만, 세상은 게임 등 감각적 이미지만 난무한다.

때마침 악성 컴퓨터 바이러스가 출현, 세상은 마비되고 하늘의 해는 둘로 나뉜다. 무대는 마침내 실체 없는 우리 시대에 대한 현란한 풍자 마당이 된다.

풍성한 음악과 볼거리가 더욱 호기심을 자극한다. 한국 전통 가곡에 우리 시대 가요 양식(록, 발라드, 테크노, 힙합, 소울)이, 전통 춤사위에 최신 몸짓(브레이크, 힙합, 테크노)이 덧씌워진다. 서양식의 벨칸토 아리아가 오늘날의 발라드도, 테크노도 소화한다.

탄탄한 출연진이 가세한다. 짜라 역에 서울예술단 수석 박철호, 그 누이역에 2,000년 뮤지컬대상 여우주연상의 이정화, 광대역에 ‘산너머 개똥아’의 정동숙, 투스트라에 박일규와 서상권 등 실력파들이 규합돼, 이씨의 거점 밀양연극촌에서 6달 동안의 육체 훈련을 받았다.

화랑 선무도의 현대적 변용, ‘선무 힙합’이다. 이 ‘신라판 힙합’은 이번 첫 공개 후에, 오는 10월 전국체전의 개막 축하 공연 등에도 선보이기로 돼있다.

짜라 밴드가 특별 구성됐다. 이윤주, 이승헌 등 5인조 밴드가 테크노와 랩의 해방감을 충격으로 제시한다. 서울예전 힙합 동아리 ‘테크노’와 별도 오디션을 통해 뽑은 25명의 배우는 춤과 소리로 한국적 코러스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태풍’ 등 창작 뮤지컬에서 기량을 과시했던 김대성씨가 다시 오선지와 씨름했다.

작자 이씨의 문화적 위기 의식에서 비롯된 무대이다. 그는 ‘불행하게도’라는 단서를 달고, “서구식 교육에 감염된 포스트 모더니스트인 내가 조심스럽게 먼 옛날 원형적 상상력의 구조를 헤집고 들었다”며 작품 의의를 압축했다.

그는 “아무리 시를 써도 신라 향가의 초월적 이미지를 따라 잡을 수 없었다”며 “해체와 재구성을 거쳐 향가를 오늘날의 시청각 이미지로 되살려 냈다”고 덧붙였다. 무속과 록을 결합한 음악에, 다양한 영상 어법 등으로 한국적 포스트모더니즘 극을 선보였던 ‘일식’(1998년)에서 더 나아간 결과다.

극의 말미. 짜라는 구원의 노래를 지어 도탄에 빠진 사람들을 제도(濟度)한다. 그리하여 나뉜 해는 다시 하나가 된다. 7월 7-22일 LG 아트센터. 화-금 오후 8시, 토 오후 3시 7시, 일 오후 2시 6시, 월 쉼. (02)1588-0114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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