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금지원책' 업계반응극심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종금업계는 20일 오전 발표된 종금사 지원책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며 득실을 따지는 등 분주히 움직였다.
■종금업계 ‘발등에 불’
종금업계에서는 요즘 “하루하루 버티기가 버겁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나돈다. 나라종금, 영남종금에 이어 지난달말 한국종금이 자금난에 빠지면서부터 종금업계는 ‘도미노 위기’를 맞고 있다.
“2-3일 뒤면 예금인출이 가능하니까 조금만 기다리세요.” “일단 일부만 찾아가시고 며칠 뒤 다시 찾아오세요. 문제는 없습니다.” 이날 오전 A종금 명동지점은 예금을 인출하려는 고객과 이를 거절하는 직원들 간에 실랑이가 끊이질 않았다.
지난해 업계 최고인 800여억원의 흑자를 기록했지만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로 지난 주말부터 일부 예금의 지급 중단 사태에 처했기 때문이다.
이 종금 관계자는 “종금업계에 대한 고객들의 신뢰가 바닥까지 추락한 상태”라며 “유동성 위기에서 안전한 종금사는 단 한 곳도 없다”고 말했다.
종금사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위기에 봉착하게 된 것은 자체 부실보다는 신뢰도 추락에 기인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견해. 특히 종금사 고객들은 대부분 여러 종금사와 동시에 거래를 하고 있기 때문에 1-2개사가 예금인출을 거절할 경우 나머지 종금사에 인출 고객이 몰릴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정부 지원책 반발
정부의 종금사 지원책은 크게 유동성 지원 및 부실종금사 정리 2가지. 종금업계는 유동성 지원책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부실종금사를 예금보험공사가 인수해 합병 등으로 정리하겠다는 것은 오히려 위기를 가중시킬 수 있다고 반발했다. B종금 관계자는 “정부가 종금사 정리방침까지 밝힘으로써 가만히 있던 고객들까지 동요시킬까봐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종금업계는 특히 정부가 “3-4개 종금사만 살아남을 것”이라고 밝히자 활로 모색에 발빠르게 나서고 있다. 22일 주총을 갖는 한국종금은 경영진 전원교체, 대주주인 하나은행의 증자 등을 통해 투자은행으로 전환한다는 계획. 동양종금은 금융지주회사법이 마련되는 대로 지주회사 편입이나 동양종금과의 합병 등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한불종금의 대주주인 소시에떼제네랄레측도 최근 “한불종금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히는 등 각 종금사는 생존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영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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