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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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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입력
2000.06.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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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오페라나 주역 가수가 중요하지만, 도니제티의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는 특히 그러하다. 루치아 역의 소프라노는 누구보다 뛰어난 기교와 섬세한 표현력을 갖춰야 한다.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강제 결혼, 광란, 죽음에 이르는 루치아의 비극에 관객들은 연민으로 가슴을 쥐어뜯지만, 정작 루치아역의 가수는 끔찍할 것이다.

특히 3막 1장에서 20분간 계속되는 ‘광란의 아리아’를 노래할 때, 그는 ‘우리를 시험에 들지 말게 하옵시며’라고 주기도문을 외울지도 모른다. 그만큼 어렵고 힘들다.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17-20일 공연된 ‘루치아’(지휘 다니엘레 아지만, 연출 김홍승)에는 정현진과 오현미가 번갈아 루치아로 나왔다. 오디션으로 선발된 신인들이다. ‘루치아’로 데뷔하다니, 정말 힘든 도전이었을 것이다.

긴장 때문이었을까. 공연 첫날인 17일의 오현미는 미숙해보였다. 건강하고 좋은 소리였지만, 힘겹게 끌어올리는 고음과 매끄럽지 못한 기교가 안타까웠다.

하지만, 19일은 훨씬 자연스럽고 여유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18일, 20일 출연한 정현진은 고음에서 힘이 딸리고 호흡이 약간 짧은 것이 아쉬웠지만, 섬세하고 안정된 표현력과 음악성으로 루치아의 복잡한 심경을 잘 그려냈다.

아쉬움이 없지 않지만, 두 사람은 많은 박수를 받을 자격이 있다. 무대 경험이 쌓이면 앞으로 좀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죽음으로 비극적 사랑을 마감하는 루치아의 연인 에드가르도는 테너 신동호, 다닐로 포르마자가 맡았다. 신동호는 또렷한 발성과 셈여림의 적절한 구사로 호소력있는 노래를 들려줬다.

포르마자는 목소리 연기가 좋았지만, 귀를 확 잡아당기는 흡인력은 약한 편이었다. 루치아의 오빠로 나온 바리톤 우주호는 풍부한 성량과 성실한 연기로 든든하게 다가왔다.

한편 이태섭의 깔끔한 무대 디자인과, 장혜숙의 차분하고 세련된 의상 디자인은 시각적 안정감을 줬다.

세종문화회관 오페라 페스티벌은 ‘카르멘’‘루치아’를 마치고, 베르디의 ‘루이자 밀러’ 한국 초연(22-23일)을 남겨두고 있다.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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