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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해무드 깰라" 6·25특집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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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해무드 깰라" 6·25특집 고민

입력
2000.06.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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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3사, 조심스러운 6·25 특집방송사가 고민에 빠졌다. 한국전쟁 50주년. 일주일 전부터 각종 특집극 이나 다큐멘터리에 정규 프로그램의 특집들을 쏟아내야 하는데 그럴수가 없다.

정상회담으로 기념식마저 조용히 하겠다는 상황에 남북화해 무드에 찬물을 끼얹는 대형 특집이나 드라마를 방영할 수도 없게 됐다. 아깝지만 애써 만든 프로그램들의 방영을 취소하거나 변경할수 밖에.

가장 곤혹스런 쪽은 KBS이다. 애초 12부작으로 기획된‘다큐멘터리 한국전쟁’은 방영이 무기 연기된 상태. 1990년에 이미 10부작으로 방송된 내용에 최근 러시아에서 비밀해제된 문서를 추가, 12부작 ‘증보판’으로 만들었다.

KBS 12부작 다큐등 방영연기·취소

MBC 강경대응서 화해로 기획 바꿔

SBS 비정치적 행사 '기아…'만 편성

그러나 그사이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져 현재 편성을 놓고 심한 논란을 겪고 있는 중.

이원군 편성국장은 “특집 때문에 남북화해 분위기를 깰 수 없는 일”이라며 “일단 작품을 보고 냉전적 시각이 들어간 부분은 제작팀과 협의해 수정, 편집한 후 방영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특집다큐 ‘병사와 하우스보이’도 방송이 취소되었다. 다만 미군의 양민학살과 베트남 참전을 동시에 겪은 한 개인을 통해 시대의 풍랑을 그린 드라마 ‘유리구슬’시기를 늦춰 7월 3, 4일 밤 9시 50분에 방영하기로 했다. 이 드라마 역시 ‘6.25 특집’대신 ‘특집드라마’란 이름으로 나간다.

MBC는 해병대 전투기록을 다룬 특집 드라마를 기획단계에서 취소했고, 작년 서해교전을 다룬 MBC스페셜 ‘강은 흐르는데’(23일 밤 9시 50분)는 군의 강경대응을 강조하는 애초의 방향에서 서부전선의 화해무드를 그리는 쪽으로 변경될 방침이다.

유일하게 기획대로 방영되는 프로그램은 매주 일요일 밤11시에 방송할‘이제는 말할 수 있다’. 미군의 양민학살(25일), 세균전(7월 2일), 94년 한반도 전쟁위기(7월 9일) 등이 기획특집으로 다뤄진다.

정길화 책임프로듀서는 “본래의 기획의도가 냉전구조 타파에 있기 때문에 정상회담이 오히려 좋은 국면”이라며 “부분적인 표현을 신중하게 조절하는 정도는 고려하지만 기본적인 기조는 유지한다”고 밝혔다.

SBS는 ‘기아체험 24시간’만을 편성한 상태. 본래 국군홍보관리소에서 제작한 드라마‘당신의 편지’를 방영할 예정이었으나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나자 즉각 방영계획을 취소했다.

‘기아체험…’의 경우, 4년전부터 해오던 비정치적인 행사라 부담없이 방영을 결정했다는 것이 SBS의 설명이다. 방송까지 한국전쟁 50주년은 과거 비극의 고발보다는 남북화해 무드를 존중하는 쪽으로 급선회한 셈이다.

양은경기자

ke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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