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정상회담이 전세계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한 13일 중동에서는 하페즈 알_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장례식이 거행돼 세계의 이목을 양분시켰다. 묘하게도 북한과 시리아가 스커드 미사일을 매개로 한 군사맹방이라는 점, 아사드의 차남 바샤르가 시리아의 권력을 승계하게 될 것이란 전망 등으로 김일성(金日成)으로부터 이미 권력을 세습한 김정일(金正日·58) 총비서 겸 국방위원장과 바샤르(34)의 공통점이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뉴욕타임스는 18일 북한과 시리아가 처한 대외환경, 김정일과 바샤르의 통치술을 포함한 권력기반 등에서 상당한 유사성이 발견된다며 두 2세 지도자에 대한 흥미를 다시 불러 일으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선 북한과 시리아가 모두 국내적으로 공포정치, 대외적으로는 이웃국가에적대감을 보이며 언제든지 새로운 갈등을 유발할 위험을 가진 독재정권이라는 점이 공통점으로 지적된다. 아사드 사망 이후 곧바로 당과 군부를 장악해 나가는 바샤르의 권력승계 과정도 6년전 김 위원장의 경우와 비슷하다. 총비서 겸 국방위원장이란 직함에서 알 수 있듯 권력기반의 양축인 당과 군부를 거머쥔 김정일처럼 바샤르도 17일 집권 바트당 전당대회에서 당 최고지도자인 총서기에 추대됐다. 바샤르는 아사드 사후 다음날인 11일 이미 군 최고통수권자 자리에 임명됐다.
파탄상태의 경제를 풀어가려는 김 위원장의 통치술 역시 안과의사 출신의 바샤르의 개방적·신사고적 스타일과 유사하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시리아에서 하나뿐인 컴퓨터 학회를 이끌고 있는 바샤르와 남북한 정상회담 직전 중국 방문시 컴퓨터에 상당한 관심을 표명한 김 위원장의 ‘디지털 마인드’가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
이 신문은 반면 정치체제를 와해시키지 않는 범위내에서 공포적 요소만 제거하려는 두 지도자의 제한적 노력은 외부세계가 두나라를 개방의 길로 이끄는데 똑같은 장애요인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의 개혁 실패, 중국 경제개혁의 불확실한 전망, 이란의 이슬람교와 민주주의 결합 실패에서 파생된 사회불안의 전철을 두나라가 답습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모두 공화국을 표방하고 있지만, 군부와 독재정당의 지지로 권력을 지탱하고 있는 두 지도자가 개방정책 과정에서 군부와 당의 반발을 어떻게 무마하느냐가 최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이 신문은 전망했다.
황유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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