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병원 폐업’을 하루 앞둔 19일 서울대병원 신촌세브란스 삼성서울병원 등 종합병원에서는 병원측이 퇴원을 종용하고 수술이 중단되자 환자와 가족들이 울음을 터뜨리며 항의하는 등 전쟁터를 방불케했다. 각 병원은 폐업 전에 진찰을 받으려는 환자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고 시민들은 ‘약 사재기’에 나서 의료대란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서울대병원에는 평소의 3배인 1만2,000여명의 환자와 가족들이 몰려 종일 북새통을 이뤘다. 병원 곳곳에서는 퇴원을 종용하는 병원직원과 환자가족들 간에 고성과 삿대질이 오갔고, 병원측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응급실과 현관 곳곳에 경비원을 배치하기도 했다.
병원측은 20일 예약환자의 진료일을 7월 이후로 미루고 21일 이후 예약환자들에게는 전화를 걸어 예약을 연기하는 등 폐업준비를 본격화했다. 또 상태가 호전된 환자들을 퇴원시켜 전체 1,500여 병상 중 40% 가량을 비웠다.
임산부 정혜경(鄭惠京·32)씨는 “하루가 급한 환자에게 진료일을 다음달 24일로 연기시킨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분통을 터뜨렸고, 소뇌위축증을 앓고 있는 부인과 함께 병원을 찾은 하헌택(河憲澤·41)씨는 “약 없이는 하루도 견디기 힘든 사람”이라며 울음을 그치지 못했다.
○…서울중앙병원에는 ‘20일부터는 병에 걸리지 않게 조심하십시오. 교통사고가 나도 치료할 의사가 없습니다’라는 전국전공의협의회 명의의 대자보가 입구에 내걸려 환자들의 분노를 샀다. 병원 분실물센터에는 환자와 가족들이 북새통 속에 잃어버린 안경과 지갑 등이 오전에만 평소의 5배에 이르는 60여점이 들어오기도 했다.
삼성서울병원에도 “환자들만 다 죽이려고 하느냐”는 등의 항의전화가 폭주했다. 고혈압으로 병원을 찾은 이인영(李寅榮·68)씨는 “충주에서 고속버스로 3시간 걸려 왔는데 진단받고 약 타는데 6시간이나 걸렸다”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서울 종로 등 전국 대형약국앞에는 오전부터 약을 사려는 사람들로 하루종일 장사진을 이뤄 인근지역이 교통체증을 빚기도 했다. 당뇨병 고혈압 등 만성복용약은 한명이 몇달치를 한꺼번에 사갔고 감기약과 소화제 등 상비약도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기도 했다.
강남 B약국 약사는 “손님들 대부분이 1년 이상의 분량을 사길 희망하고 있다”며 “이런 추세로 나가면 약품재고가 1주일 못가 바닥날 지경”이라고 말했다. 종로 Y약국 직원은 “며칠전부터 손님이 2-3배는 늘었다”며 “두통·해열제와 배탈약 등 일반의약품은 물론이고 심장·신장병약 등도 물건이 없어 못팔 정도”라고 전했다.
종로5가 보령약국 최건식(崔建植·56)사장은 “손님이 줄을 이어 일일이 응대하기도 힘들 정도”라며 “병원을 찾을 손님들까지 폐업 불안감 때문에 대형약국으로 몰리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안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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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정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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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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