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의원 폐업 초읽기… 의료대란 현실로국민의 생명과 건강이 위험에 빠지고 있다. 수술환자가 실밥도 뽑지 못한 상태에서 퇴원을 강요받는가 하면, 한시가 급한 환자의 진료가 미뤄져 가족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20일부터는 전국 병·의원의 90%가 아예 문을 닫아 바야흐로 ‘의료대란’이 현실화한다.
환자와 가족을 분노케 한 것은 이같은 행동이 국민의 건강을 증진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명목으로 자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의사들에 대한 폐업방침 철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범국민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경실련 참여연대 YMCA 등 2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의약분업 정착을 위한 시민운동본부’는 19일 ‘500인 선언식’을 갖고 “의사들의 집단 폐업은 국민의 건강을 볼모로 자신의 요구사항을 관철시키려는 집단 이기주의”라고 규정했다.
시민운동본부는 동시에 대정부 성명을 통해 “의약분업에 대한 정부 태도가 무책임하고 일관성이 없다”면서 집단 폐업에 대해 단호한 대처를 요구했다.
이날 폐업전에 미리 진찰을 받으러 온 환자들로 전쟁터가 된 전국의 대형병원에서도 원성이 쏟아졌다.
서울중앙병원을 찾은 20대 주부는 “8개월배기 딸아이가 소아혈액종양을 앓아 23일 약물항암치료를 받을 예정이었는 데 폐업 때문에 미리 찾아왔다”면서 “하지만 오늘도 치료를 해주지 않으니 어떻게 하느냐”며 울음을 터뜨렸다.
주부 최모(29)씨는 “평소 환자와 보호자를 박대해온 병원이 파업까지 한다니 미칠 것 같은 심정”이라며 “차라리 외국 병원이라도 들어왔으면 좋겠다”고 개탄했다.
종로5가 등의 대형약국에는 심장·당뇨병과 고혈압 등을 앓는 손님들이 약품 사재기로 북새통을 이뤘다. 일부 약국에서는 재고가 바닥나 시민들이 인근 약국으로 발걸음을 옮기기도 했다.
P약국 약사는 “대부분이 1년 이상, 심지어 3∼4년치 약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의약업체에서 전문 의약품을 20∼23일까지는 공급하지 않기로 해 재고가 1주일내에 바닥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오후를 기해 특별비상진료대책을 마련, 응급의료기관 및 국·공립병원 등을 중심으로 24시간 근무체제에 들어가는 한편 보건복지부 및 16개 시·도에 비상진료대책본부 가동에 들어갔다. 정부는 또 정상 진료중인 중소병원 및 의원 외래진료를 오후 10시까지 연장하고 1339 응급의료정보센터에서 진료중인 의원과 응급의료기관 등을 안내하기로 했다.
김재정 대한의사협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의약분업 실행안 보완을 촉구하는 의료계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아 집단폐업에 들어가기로 했다”면서 폐업 강행을 기정 사실화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김진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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