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족구'고생 세살배기 우진이 하루“말도 제대로 못하는 어린 것에게 이런 고생을 시키다니요. 댁들 정말 의사가 맞습니까?”
19일 낮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을 찾은 김순옥(金順玉·31·서울 양천구 목동)씨는 열이 펄펄 끓는 세살배기 아들 우진이를 품에 끌어안고 의사들을 향해 분노를 쏟아냈다. 그래도 의사들이 냉담한 표정으로 “어쩔 수 없다”고 외면하자 김씨는 “당신들은 드라마 ‘허준’을 보고도 아무 것도 깨닫지 못한 냉혈인”이라고 쏘아 붙였다.
김씨는 18일 밤 아이가 자지러질 듯 우는 바람에 잠이 깼다. 고열과 설사에다 입주위에 물집이 잔득 돋아난 것이 한눈에 보아도 감기같은 예사 병이 아니었다. 겁이 덜컥 난 김씨는 아이를 들쳐업고 인근 병원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비슷한 증세를 호소하며 몰려든 아이들로 이미 응급실은 초만원. 응급의들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수족구”라고 짧게 병명을 얘기하고는 포도당 링거를 우진이 팔목에 꽂았다. 그리고는 끝이었다. 밤새 아이에게 더이상 눈길도 주지않는 의사들을 붙들고 “좀 제대로 보아달라”고 애원했으나 귀찮다는 말투와 싸늘한 시선만 돌아왔다.
“내일부터는 진료 자체가 불가능해질텐데 아무래도 큰 병원에서 제대로 치료를 받아야겠다”고 생각이 든 김씨는 신음하는 아이를 달래며 이날 오전 신촌세브란스 소아과 외래병동을 찾았다.
그러나 여기서도 김씨는 먼저와 기다리는 수백명의 환자들을 보고 입을 다물 수 없었다. 발을 옮길 틈도없는 복도, 곳곳에서 울어대는 아이들, 에어컨도 소용없는 찜통같은 공기…. 김씨는 “시장바닥이 따로 없다”고 표현했다.
김씨는 이런 아수라장 속에서 무려 2시간을 부대낀 끝에 오후 1시께야 가까스로 접수창구 앞에 섰다. 그러나 “이제 의사에게 보일 수 있겠구나”하는 안도감도 잠깐. “3시가 넘어야 차례가 올 것 같으니 그때 오라”는 진료실 간호사의 말에 김씨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이 시장터 같은 곳에서 더 기다리라니요. 저는 그렇다쳐도 이 아이를 어떻게 더 기다리라고 합니까.”
탈진한 김씨는 역시 아무 것도 먹지 못한채 내내 울기만 하다 목까지 쉬어버린 우진이를 업은 채 복도 한편 바닥에 비집고 앉았다. “의사가 존경받는 직업이라고 누가 그럽디까. 우리 우진이는 나중에 절대로 의사로 키우지 않을겁니다.”
강 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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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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