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호 오빠∼ 오늘 졌네. 넘 슬퍼하지마. 그래두 초반엔 멋지게 두던걸, ‘한 터프’하던데….”“쉽게 ‘요다 징크스’에서 벗어나는 것을 보니 기쁘네요. 앞으로도 징크스에 빠지면 ‘바둑은 이길 수도, 질 수도 있다’는 안이한 생각보다는 스스로 부단히 문제점을 찾고 해결해 나가셨으면 합니다. 팬들은 절대강자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한국 바둑의 ‘대들보’ 이창호9단의 인터넷 홈페이지(www.leechangho.com)에 올라 있는 글들이다. 인기 연예인의 일거수 일투족을 따라다니는 팬레터 수준의 글부터 기력 및 성적 향상에 보탬이 될만한 격려와 조언까지, 다양한 내용의 글들이 매일 새롭게 게시판에 오른다. 운이 좋으면 가끔씩 대화방에서 말 없기로 소문난 ‘돌부처’이창호와 ‘사이버 채팅’을 즐길 수도 있다.
이창호와 유창혁을 만나고 싶다면? 한국기원 대국장을 찾을 것 없이 인터넷을 클릭해보자. 프로기사 개인의 이름을 내건 인터넷 홈페이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창호9단이 지난해 12월 국내 프로기사 중 처음으로 개인 홈페이지를 개설한 이후 최근엔 ‘세계 최고의 공격수’ 유창혁9단 그 대열에 합류했다.
단순한 사이버 대국 서비스 중심의 기존 바둑 사이트들과는 달리 이들 홈페이지는 다양한 콘텐츠로 바둑의 장점과 우수성을 홍보하고, ‘공인’으로서 프로기사 개인의 이미지를 관리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인터넷 대국 사이트‘위고바둑(www.WeGoBaduk.com)’을 운영중인 삼본데이타시스템㈜이 3개월여에 걸쳐 제작, 15일 공식 오픈한 유창혁 홈페이지(www.yoochanghyuk.com)는 국제화 시대에 걸맞게 한·중·일·영 4개 국어로 돼 있는 것이 특징. 유9단의 프로필부터 1984년 입단 이후 주요 국내외 기전 성적과 사진 자료, 주요 대국 기보, 유9단의 육성이 가미된 바둑강좌 등 다양한 ‘콘텐츠’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추억의 기보’코너에는 유9단이 초등학교 6학년 때 학초배에서 우승하던 당시의 기보부터 최근 일본 후지쓰(富士通)배 우승기보까지 명대둑의 기보들을 하나하나 돌을 놓아가며 직접 감상할 수 있다. 삼본데이타시스템측은 특히 홈페이지를 통해 ‘유창혁 팬 클럽’을 구성, 월 1회 온라인상에서 회원들과 유9단의 만남을 주선하고 오프라인 상에서도 주기적인 모임을 가질 예정이다. 홈페이지 운영자는 “우수 팬클럽 회원들에겐 유9단과의 정기 지도대국 등 각종 혜택을 줄 예정”이라며 “향후 바둑 입문자와 초급자 중심의 바둑강좌 코너를 개설, 외국인들에게 바둑을 보급하는 데도 한 몫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정치학 박사 출신으로 바둑가의 ‘이론가’로 통하는 문용직4단도 내달 개통을 목표로 개인 홈페이지 구축작업을 한창 진행 중이다. 문4단은 자신의 개성을 살려 아마추어 바둑 애호가들의 ‘이론적 무장’과 기력향상에 치중하겠다는 계획이다. 문답식으로 바둑에 얽힌 갖가지 의문점을 풀어주는 ‘바둑클리닉’, 2,000여년 포석의 발전과정을 비평적 관점에서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포석의 진화’등이 현재까지 확정된 아이템. 아무리 이론 중심이라고 해도 무미건조한 바둑 교과서와는 차원이 다르다. 문4단은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지시나 가르침이 아니라, 네티즌 스스로 만들어나가는 ‘생산성’이 사이버 공간의 최대 장점”이라며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아마추어의 재기발랄한 상상력이 보태진다면 우리 바둑의 이론이 더욱 정교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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