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의 힘“더 이상 골프대회의 우승자를 점치는 것은 무의미하다.” US오픈이 타이거 우즈의 독무대로 끝나자 골프전문가들은 “앞으로 우즈의 기록경신 행진을 지켜보는 일만이 유일한 관심사가 될 것”이라며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지난해 ‘무적시대’의 개막을 예고한 우즈가 새 천년들어서는 ‘골프신(神)’과 같은 범접할 수 없는 위상을 굳히고 있다. 지난 100여년간 기라성같은 선배들이 차곡차곡 쌓아온 대기록을 하나씩 갈아치우고 있는 것.
과연 ‘우즈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페블비치는 변화무쌍한 바닷바람과 거친 러프, 빠른 그린의 기본 여건에다 US오픈 100주년을 기념하느라 미국골프협회(USGA)가 심혈을 기울여 난이도를 조정했다. 연습라운드때 “매 홀 파로만 막아도 다행”이라는 선수들의 아우성이 빗발쳤을 정도.
하지만 우즈는 1997년 마스터스때 악명높은 오거스타내셔널GC를 사정없이 유린했듯이, 페블비치도 초라하게 만들었다.
전문가들은 “오거스타는 특유의 장타 하나로 무너뜨렸지만, 페블비치에서는 기존의 장타에다 마인드컨트롤, 한차원 높아진 아이언샷과 퍼팅 등 그동안 쌓아온 관록의 결정체를 보여주었다”고 평가했다.
‘나홀로 언더파’를 기록한 우즈의 경기내용은 이를 반증한다. 4라운드 합계 21개의 버디를 잡아냈고 44개의 파를 기록한 반면 보기는 6개, 트리플보기는 단 1개에 그쳤다.
평균 드라이버샷 거리가 299.25야드에 달했으며 퍼팅수는 모두 110개로 홀당 1.53타, 그린적중률은 70.8%로 나타났다. 평균 드라이버샷 거리가 줄어들고 홀당 퍼팅수가 늘어난 것은 4라운드에서 ‘몸조심’하느라 생겼다. 3라운드까지 평균 300.5야드의 거리와 15개의 퍼팅을 기록했다.
4라운드 모습은 마인드컨트롤의 한 단면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미스샷과 관중에 지나치게 신경질적 반응을 보이고 과욕으로 경기를 망치곤 했다. 그러나 올들어 미스샷이 나도 자신을 침착하게 다스릴 줄 알고 위기상황에서도 냉정을 잃지 않았으며 이성적으로 코스에 대응하는 성숙함을 보여주고 있다.
올시즌 기록도 드라이버샷 거리 2위(289.3야드), 그린적중률 1위(74.1%), 이글 및 버디횟수 1위, 평균타수 1위(68타)에 올라 있어 기량과 경기운영면에서 여타 선수들을 압도하고 있음을 입증하고 있다.
한때 우즈와 라이벌을 이루기도 했던 어니 엘스는 경기를 마친 후 “우즈의 경기를 보는 것이 두렵다. 앞으로 10년간 우즈때문에 고생하게 됐다”며 한계를 절감한 듯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남재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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