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이 된 우리들은 누구나 또렷하게 그려낼 수 있는 어린 시절의 몇몇 기억이 있다. 물론 내게도 잊을 수 없는 기억 한가지가 있는데 그것은 부모님의 일상적인 잔소리들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매우 소중한, 사람 됨됨이에 대한 가르침이었지만 말이다.아버지는 내가 꽤 큰 청년으로 자랄 때까지 어릴 적부터 시작한 감시를 늦추지 않았다. 그것은 바로 화장실 이용에 관한 것이었다. 아버지께서는 내가 화장실에서 나올 때마다 변기는 물론 심지어 주변 바닥까지 휴지로 깨끗이 닦았는지 검사하셨다. 조금이라도 불쾌한 여지가 있으면 심하게 꾸중을 하셨다.
어른이 된 뒤 나는 기분이 불쾌해지리만큼 더러운 화장실은 보지 못했다. 어느 국민이나 이런 기본 예절은 당연히 부모나 사회 교육을 통해 배우고 습관화하고 있는 것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이게 웬일인가. 한국에 와보니 그게 아니었다. ‘윗사람 공경 잘하는 한국인’‘친절하고 예의바른 정 많은 한국인’등 좋은 이미지를 지닌 한국인들은 화장실에서 극단적인 개인주의자로 돌변하고 있었다. 급한대로 새치기를 하거나 볼일을 보고 오물이 튄 곳을 닦기는 커녕 물을 내리지 않는 사람들도 자주 볼 수 있었다. 심지어 한국인 친구들의 집들이나 생일잔치에 초대되었을 때 푸짐한 식탁 뒤로 보이는 더러운 화장실은 나를 자주 실망시켰다.
한국에서는 곧 많은 국제행사들이 열릴 것이다. 특히 2002년에는 월드컵축구대회가 열린다. 이를 준비하면서 각계에서 환경관리, 특히 화장실 문화개선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화장실 디자인대회 개최, 우수 화장실 관리자 인터뷰 등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이 빠져있다. 멋진 그림이나 아름다운 음악은 없어도 좋다. 정말 있어야 할 것은 이용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의 화장실 사용에 대한 의식수준의 향상인 것이다. 일을 본 뒤 변기를 비롯 주변오물을 스스로 치우는 것, 그리고나서 물을 내리는 것이 목마르면 물을 마시는 것처럼 자연스러워야 한다는 것이다.
곧 여름휴가를 맞는 나의 몇몇 프랑스 친구들이 한국을 방문할 것이다. 내가 한국에서 살고 있기에 오랜 친구를 찾아오는 그들이지만 또한 한국이라는 낯선 나라를 보러오는 것이다. 내가 바라는 것은 그저 한가지. 한국인들이 ‘다른 사람에게 불편을 주지 말자’라는 사고를 가져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내 친구들은 한국에서 끔찍한 공중화장실 문화를 경험하지 않을 것이다.
/화브리스 고띠에·파리10대학 지리학 박사과정·프랑스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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