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하르토 재산헌납,면죄부 받나압두라흐만 와히드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부정축재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수하르토 전 대통령이 ‘빅딜’을 추진하고 있다.
빅딜의 내용은 인니정부가 수하르토의 부정축재 혐의를 처벌하지 않는 대신 수하르토의 가족들이 수백만달러의 재산을 국가에 헌납한다는 것이다. 미국과 일본 등 8개국을 순방중인 와히드 대통령은 뉴욕에 이어 15일 이란의 테헤란에서 “수하르토 가족들이 재산을 정부에 반납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같은 빅딜 추진을 확인했다.
빅딜은 양측 모두 궁지에 몰린 끝에 ‘상생(相生)’을 위해 내놓은 타협안으로 보인다.
수하르토는 32년의 철권통치 기간 동안의 부정축재 혐의로 수사받고 있는데다, 최근에는 국민들 사이에서 그가 저지른 인권탄압도 함께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비등하고 있다. 검찰로부터 8월10일 전까지 기소될 것이라는 압박을 받고 있는 그는 지난해 자신의 부정축재를 보도한 타임에 대한 270억달러의 명예훼손 소송에서마저 지난달 24일 패소, 사면초가에 처했다. 결국 그는 완강히 부인해온 부정축재를 사실상 인정하는 대신, 재산 헌납으로 궁지를 탈출하려 한 것으로 분석된다.
와히드 대통령도 취임 초만해도 노련한 정치력을 발휘, 난국을 타개하는 것같았으나 최근에는 더욱 나빠진 경제와 인종·종교간 갈등 고조, 부패척결 실패로 정치권과 대학생들로부터 하야 요구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에는 조달청 공금횡령사건 연루설까지 터져 나와 이래저래 곤혹스럽다. 인니 경찰은 16일 와히드 대통령을 23일께 소환,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와히드는 결국 인니의 가장 큰 숙제인 ‘수하르토 문제’해결을 통해 자신의 위기를 극복하려한 것으로 관측된다. 재산 헌납을 통한 면죄부 부여는 국민들이 원하는 처벌수준에는 못미치지만, 수하르토의 ‘은총’을 입었던 군부의 반발을 무마시켜 정권을 안정시킬 수 있다는 계산도 했음직 하다. 그는 국민들에게 마르코스를 단죄하려다 국력만 낭비한 필리핀의 예를 들어 “국익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설득하고 있다.
하지만 수하르토와 위란토 전 국방장관에게 지나친 관용을 베풀고 있다고 와히드를 강력히 비판하고 있는 국민들이 정치적 타협인 빅딜을 그대로 받아들일지는 의문이다.
권혁범기자
hbkw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