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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세상] 골프란 내 기준으로 즐기는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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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세상] 골프란 내 기준으로 즐기는 게임

입력
2000.06.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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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多打好身 小打好心 多打好他 小打好囊’중국 베이징 근교의 한 골프장에 새겨진 글이라고 한다. 첫 티잉 그라운드 부근 바위에 새겨진 이 글의 뜻은 ‘많이 치면 몸에 좋고 적게 치면 마음에 좋다. 많이 치면 남에게 좋고 적게 치면 주머니에 좋다’쯤 될 것이다. 골프의 핵심을 기막히게 꿰뚫은 글이다.

구력이 20년이 넘는 K는 꾸준한 보기플레이어다. 처음 골프채를 잡은뒤 6개월쯤부터 보기플레이에 진입했는데 20년 가까이 더도 덜도 없이 보기플레이를 유지하고 있다.

차이가 나봐야 90에서 2~3타 덜 치거나 더 치거나 하니 확실한 보기플레이어에 틀림없다고 할 것이다. 보통 골퍼라면 결코 내세울 스코어가 아닌 데도 그는 부끄러움 없이 보기플레이어임을 밝힌다.

그의 스코어에 자족하는 버릇이 어느 새 몸에 배었기 때문이다. 그는 초창기에는 스코어와 자학적인 싸움을 벌였다. 나름대로 핸디캡을 줄이려고 노력을 했지만 연습에 비해 기대한 결과는 나타나지 않고 스트레스만 쌓이고 골프의 재미가 줄어들 뿐이었다.

그는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골프를 계속해야 하느냐, 아니면 골프를 그만두고 등산이나 낚시로 방향을 돌려 스트레스에서 해방되느냐’의 갈림길에서 한동안 고민에 빠졌다.

몇번 골프채를 창고에 넣어두고 등산을 가기도 했지만 한달이 못돼 필드로 돌아오고 말았다. 스트레스를 받는 게 싫기는 하지만 도저히 골프의 묘미를 포기할 수 없었던 것이다.

모진 성격과는 거리가 먼 K는 스스로 별난 타협안을 만들어냈다. 스코어와의 씨름을 포기하고 자신의 기준에 따라 골프를 즐기기로 작정한 것이다. 보기를 기준으로 삼았다.

보기플레이를 하면 ‘만족한 수준’이고 보기보다 2-3타 적게 치면 ‘매우 만족’, 보기보다 2-3타 더 치면 ‘보통’이라는 기준을 만들어놓고 게임을 했다. 처음에는 자꾸 동반자의 스코어와 비교하는 습관이 나와 자신의 기준대로 골프 즐기기가 쉽지 않았지만 몇번 노력해보니 의외로 적응이 빨랐다.

두어달 지나고 나니 골프가 그렇게 마음 편하고 재미난 운동일 수 없었다. 십중팔구 보통 이상의 플레이를 할 수 있게 돼 만족하거나 매우 만족하는 상태가 되었다.

편한 마음으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플레이하다 보니 욕심도 적어져 오히려 스코어가 좋아졌다. 그래도 기준을 바꾸지 않았다. ‘매우 만족’의 빈도가 늘어가는 것이 그에게는 큰 기쁨이었다. 누가 이 사람을 싱글골퍼가 아니라고 탓할 수 있으랴.

방민준 편집국부국장 mjb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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