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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잔치 재뿌린 '군중 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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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잔치 재뿌린 '군중 동원'

입력
2000.06.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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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북한입니까. 대통령이 돌아온다고 시·구청 직원들과 주민까지 길거리로 내몰아야 합니까…”남북정상간 평양합의가 가져온 흥분과 충격이 온 나라를 여전히 휘감고 있던 15일 아침. 한국일보 사회부에는 서울시청과 구청 직원들로 부터 항의전화가 빗발쳤다. 서울시가 할당식으로 본청과 구청 직원은 물론 주민들까지 김대통령 환영인파로 강제동원하고 있다는 것이 항의전화의 요지.

본청 직원이라고 밝힌 한 독자는 “길거리에서 박수받으려고 역사적인 합의를 한 것이냐”며 흥분을 감추지 못하다 전화를 끊었다.

김대통령의 방북 이후 ‘남쪽 사람’들은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을 필두로 ‘북쪽 사람’들이 보여준 환대에 놀라 ‘북한 따라하기’에 심취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김위원장의 거침없는 말투와 유머, 예절 바른 모습 등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면 김위원장의 거침없는 말과 제스처가 화제다. 어린이들은 오른손을 들어 올리는 북한 소년단의 인사를 흉내 내는가 하면, 인민군 위병대 걸음걸이를 누가 잘하나 내기까지 할 정도로 북한은 친근한 이웃으로 성큼 다가섰다.

그러나 ‘군중동원 따라하기’는 남쪽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군사독재시절에나 가능했던 20세기의 유물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냉정을 되찾아야 한다. 남과 북이 정신적으로도 하나가 되려면 장점은 서로 배우고 단점은 줄여나가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군중동원 따라하기’는 북한이 55년간 품어온 ‘알’을 깨도록 하는 데도 결코 도움이 되지 못한다.

장래준기자

ra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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