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과 방송 성과13일 오전 10시 20분 분단 55년의 단절을 끊는 남북한 두 정상의 첫 만남에서 14일 오후 11시 20분 두 정상의 남북공동선언서 서명까지.
김정일 위원장의 생생한 육성과 거침없는 행동. TV는 드라마보다 더 극적인 두 정상의 회동을 생생하게 안방으로 전달했다.
남북정상회담은 한국 방송사에도 큰 전환점을 가져왔다. 방송사상 최초로 남한 25명의 방송인과 북한의 방송인들이 합동으로 남북한 방송기자재를 번갈아 사용해 사실상 남북 방송 교류의 물꼬를 튼 셈이다.
TV 전송방식 등 양측의 기술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생생하고 풍부한 화면을 제공해 의지와 실천노력이 뒷받침 된다면 남북한 방송의 기술적 교류는 어렵지 않다는 것을 보여줬다.
당초 두 정상의 회동 등 생중계의 경우, 북측에서 촬영을 전담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우려했던, 편파적인 화면 구성도 전혀 없어 남북 방송인간에 신뢰도 갖게됐다.
KBS 보도기술부 김탁 주간은“생방송이나 녹화방송은 화면구성 등이 매우 균형적이었으며 북측에서 삭제를 하지않아 풍부한 자료화면을 제공받을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 덕분에 TV3사는 정규 프로그램을 대부분 취소할 정도로 남북정상회담 관련 프로그램을 내보낼 수 있었다.
이번 남북정상회담 방송은 북한 방송기술과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MBC 영상취재부 조항민부장은 “생중계와 녹화방송을 보면서 북한의 방송기자재와 방송인의 수준이 예상외로 높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북한의 우리 TV 시청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다. “남쪽 MBC도 보고 서울 것도 봤는데…”라는 김정일 위원장의 언급이 이를 증명해 주었다.
또 북한주민들만이 청취하는 유선 라디오방송인 ‘제3방송’의 실체도 확인했다.
방송인들은 이번 남북정상회담이 본격적인 방송교류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방송진흥원 이우승박사는 “남북한 방송교류를 위해서는 우선 법적·제도적 문제와 상이한 방송기술의 차이점 등을 실무적 차원해서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우리 방송사들이 일방적으로 ‘임꺽정’등 북한 영화나 드라마 몇 편을 소개하는 정도의 미미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KBS 드라마 ‘태조왕건’의 북한 현지촬영 추진 등 단순한 프로그램 방송이 아닌 제작 차원으로 방송교류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김정일 위원장이 서울을 방문하면 또 한번 남북이 공동으로 제작과 중계를 맡게 될 것이고, 이같은 공동제작의 경험은 앞으로 일반 방송프로그램의 합작이나 2002년 월드컵 남북분산 개최가 이뤄질 경우 공동중계등에 활용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배국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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