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남북통일을 지향하는 단계로 외교와 군사에 관한 권한을 연합(연방) 정부가 아니라 지금처럼 각각 남북의 ‘지방정부’가 갖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고 박준영 청와대 대변인이 15일 밝혔다.두 정상은 14일 회담에서 이에 대해 집중토론을 벌인 결과 중앙정부가 외교와 군사에 관한 권한을 갖는 것은 국제기구 가입 등에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남측의 주장을 북측이 받아들여 합의가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의 이런 합의는 이념과 체제는 물론이고 외교와 군사에 관한 권한을 남북이 그대로 유지하는 것으로, 남북 정상이 통일방안에 대해 심도있게 논의, 양측의 통일방안을 급속히 접근시킨 것으로 평가된다.
두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또 상호 무력침략할 의사가 없음을 확인하고 상대방을 위협하는 행위를 자제하기로 합의했다. 남측 대표단은 15일 배포한 ‘남북 정상회담 결과 해설자료’를 통해 이같이 밝히고 두 정상이 “전쟁재발 방지와 평화정착에 대한 확고한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에 따라 앞으로 북측과 협의를 통해 상호 군사적 돌발사태 예방을 위한 군사직통전화 개설, 상호비방 중지, 파괴·전복행위 중지 등의 조치를 취해나갈 방침이다.
이 자료는 이어 “김대통령은 김위원장에게 미사일문제 조기해결 등 현안을 조속히 해결해 주변국가와의 관계 정상화가 필요함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김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또 미국과 일본이 북측에 전달해 달라고 요구한 현안에 대해 포괄적이면서도 구체적인 의견을 밝혔으며, 어떻게 표현을 했는지는 적절한 시기에 김대통령이 직접 밝히게 될 것이라고 박대변인이 전했다.
김대통령은 귀국 즉시 황원탁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을 곧바로 미국에 보내 이번 회담의 결과를 설명하기로 했으며, 일본에도 정부 관계자를 파견할 계획이다.
박대변인은 “8·15 이산가족 상봉과 비전향 장기수 문제는 연계된 것이 아니라 이산가족 문제부터 단계적으로 해결해 나가게 될 것”이라며 “김대통령은 김위원장에 대해 ‘세계 역사의 조류를 많이 알고 있었으며, 문제에 대해 납득이 되면 금방 수용하는 등 뭔가를 이루려는 적극적인 자세를 견지해 이번 합의를 이끌어 냈다’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김대통령은 이날 김위원장이 주최한 환송 오찬에 참석한 뒤 평양을 떠나면서 인사말을 통해 “두 사람이 합의한 평양선언은 화해와 협력의 새 시대를 향한 첫 걸음”이라며 “민족을 위한 역사적 결단에 기꺼이 협력해 주신 김위원장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김대통령은 “이로써 남과 북은 지금까지의 대결의 시대에 종지부를 찍고 서로 협력해서 민족의 운명을 함께 개척해 나갈 수 있는 역사적 전환점을 만들었다”면서 “앞으로도 김위원장과 자주 만나 모든 문제를 상의해서 풀어나갈 결심”이라고 말했다.
/평양=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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