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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포럼/파견근로자 파견기간 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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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포럼/파견근로자 파견기간 연장

입력
2000.06.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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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7월1일부터 시행된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근로자파견법)은 파견근로 기간을 최대 2년으로 하고 이후에는 파견 근로자들을 정규직화(직접고용)하도록 하고 있다. 파견기간 만기일이 다가오자 최근 재계는 정규직화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들어 파견기간 연장을 정부에 건의했다. 이에 노동계는 법준수를 주장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찬성

/ 김영배 한국경총 상무

이달 30일이면 근로자파견법 시행 2년이 된다. 법에서 정한 파견근로 허용 기간이 종료되면 5만3,000여명에 이르는 파견 근로자의 고용 불안이 현실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이는 기업이 파견 근로자를 정규직화할 때 발생하는 부담을 감당하지 못해 결국 파견 근로자를 해고할 수 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근로자파견제도는 1997년말 외환 위기 이후 실업대란에 직면하자 노동시장 유연화 전략의 일환으로 도입됐다. 그러나 당시 법 제정에 반대하는 노동계의 요구를 수용하는 과정에서 무리한 규제조항을 둠으로써 파견 근로자를 포함한 이해당사자 누구도 만족하지 못하는 입법이 되고 말았다.

현재 우리나라는 26개 업무에 한정해 최대 2년까지 파견근로를 허용하고 있다. 이에 비해 미국 영국 일본 프랑스 네덜란드 등 선진국들은 파견대상 업무나 기간에 대한 규제가 없거나 있어도 최소한에 그치고 있으며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를 위해 지속적인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기업이 파견 근로를 선택하는 것은 주로 고용 유연성의 확보와 인건비 절감, 일시적인 업무량 확대나 일시적인 결원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함이며 파견 근로자의 입장에서는 파견 근로가 실업 상태보다 낫고 정규직 취업을 준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근로 기간이나 근로 시간이 일정하지 않은 비정규직 취업 희망자들의 수요에 부응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파견기간 제한규정 때문에 많은 파견 근로자의 고용 불안이 야기된다면 근로자파견법의 취지에도 배치된다. 노동계가 가장 우려하는 것이 정규직의 파견근로 대체이므로 그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면 되지 기간제한 자체를 고수하려는 것은 무책임하고 안이한 대응이라 할 수 있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문제의 심각성을 직시하고, 당장 눈앞에 닥친 파견근로자들의 고용불안 해소를 위해 최소한 당사자들이 동의하는 경우 우선 1년이라도 기간 연장이 가능토록 근거규정을 마련한 뒤 노사정이 함께 근본적인 문제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혼란을 최소화하는 길일 것이다.

■반대

/윤우현 민주노총 정책1국장

재계가 파견 근로 기간의 연장을 요구한 것을 보면서 한국의 사용자들은 얼마나 많은 노동자를 비정규직으로 대체해야 직성이 풀릴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한국 사회는 장시간노동국가, 산재왕국에 이어 세계에서 비정규직이 가장 많은 나라라는 불명예를 안고있다.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이후 노동자들의 빈곤층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는데 그 주요 배경 역시 노동자의 비정규직화와 대규모 정리해고다. 실제로 1999년 신규고용된 노동자의 92%가 비정규직이었고, 이미 전체 노동자의 53%가 저임금 무권리 상태의 비정규직이다.

그럼에도 사용자들은 “파견근로 기간을 연장하고 업종제한을 완화하지 않으면 대량 해고할 수 밖에 없다”는 식의 협박도 서슴지않고있다. 사용자의 주장대로하면 어떤 현상이 나타날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매년 수십만명씩 정규직 일자리가 파견직으로 대체될 것이고 이는 더 많은 정리해고를 초래할 뿐 아니라 머지않아 노동시장에‘20(정규직)대 80(비정규직)현상’이 올 지도 모른다. “비용 증가로 경영이 어려워진다”는 논리도 한국 기업의 인건비 지출이 총매출액의 9%밖에 안되는 점을 감안하면 설득력이 없다.

민주노총의 실태조사 결과 현재의 파견근로도 90% 이상 정규직 일자리를 대체하고있으며, 중간착취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파견근로가 모집형, 등록형이어서 파견업자들은 기껏 직업소개 역할 이외에 하는 일 없이 타인의 근로에 개입해 이윤을 착취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되면 파견법 자체가 중간 착취를 합법화했다는 비난을 면할 길이 없다. 또한 파견법을 제정할 때 수십만에 달하던 불법 파견(용역)을 근절하겠다고 했으나 도급으로 위장된 불법파견은 더욱 확산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정부 당국은 더 이상 정규직의 비정규직화를 방치해서는 안될 것이다. 파견 기간 연장에 반대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오히려 정부는 대대적인 감독을 통해 파견직의 정규직화를 유도하고 불법파견근로를 근절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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