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공동선언으로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시아 지각이 바뀌고 있다. 민족분단의 당사자인 남북한이 자주적으로 평화를 유지하고 분단 해결방안을 모색하겠다고 선언함에 따라 한반도주변 4강도 대(對) 한반도 정책을 어느 정도 수정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6·15 공동 선언에는 분단문제를 해결하려는 민족 주체적인 입장이 담겨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평양으로 떠나기 직전 19세기말, 20세기초 우리 조상들이 국제현실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점을 누차 강조했다. 선언에 21세기 한민족의 갈 길에 관한 양측의 비전이 담겨있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내용적 측면에서 볼 때 선언은 민족의 화해 협력을 바탕으로 양측이 평화를 만들어가겠다는 구상을 담고 있다. 정상회담 및 당국회담 정례화, 이산가족상봉 등을 통해 한민족의 완전한 화해를 이루고, 군사적·정치적 긴장관계를 평화관계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남북이 이같은 합의를 이룬 남북·국제질서 역학관계에도 주목해야 한다. 한반도 냉전구조를 해체해 막대한 분단비용 지출을 막으려는 남측의 의도와 고립적 자립경제로는 더이상 살길을 찾지 못해 세계로 발돋움하려는 북측의 목적이 맞물린 배경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남북 양측에 득이 될 수 있는 공통분모를 찾은 것이지 단지 민족 동질성 회복차원에서 이번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남측은 향후 냉철하고도 치밀한 전략을 수립, 남북 모두에 득이되는 윈 윈(Win-Win) 방식의 대북 접근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당국은 북한내부를 면밀히 분석, 북한 체제가 개혁 개방의 큰 물결에 동참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한편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을 위한 남북경협을 적절한 속도로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남측은 또 한반도정세에 사활적 이해를 함께 하는 동북아 주변국에 대한 협조를 이끌어내는 어려운 작업도 병행해야 한다. 국제정치·군사적으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등을 고리로 얽혀있는 한반도 문제를 주변 4강과 함께 슬기롭게 풀어가는 노력이 우선 경주돼야 한다.
또 주한미군문제, 한·미·일 삼각 안보동맹, 미·중 대결구도, 일본의 군사대국화등 한반도 역학 동인에 대한 장기적 대응방안도 수립해야 한다.
아울러 이번 정상회담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북한의 실체를 올바르게 파악하는데 기여를 한 만큼 우리사회의 레드콤플렉스나 국민의식속에 자리한 냉전구조등에서도 변화가 일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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