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SA 고효율연료 연구착수우주와 쌍둥이처럼 닮았으나 반(反)물질로 구성된 반우주. 그래서 우주와 반우주가 만나면 아무것도 남지 않고 소멸한다.
반우주의 존재는 상상이지만 반입자는 실재하는 대상이다. 반입자의 하나인 양(陽)전자를 우리는 의료기기 양전자단층촬영(PET)에 이용한다.
최근 미 항공우주국(NASA) 연구자들은 반입자를 고효율의 우주선 연료로 사용하는 연구에 착수했다. 입자와 반입자가 만나 서로 소멸할 때 엄청난 에너지가 나오기 때문이다.
이 에너지를 이용한 초고속 우주선으로 별이나 태양계 외곽을 여행하는 꿈을 현실화할 수 있을까.
■반물질이란
반물질이란 물질과 질량 등 다른 물리적 성질은 같고 전하가 반대인 물질이다. 즉 전자처럼 질량이 극히 가볍고 전하가 반대(+)인 양전자, 양성자와 질량이 같고 음(-)전하를 띤 반양성자가 존재한다.
반입자의 개념은 1928년 물리학자 폴 디랙(1902~84)에 의해 처음 등장했고 1932년 양전자가 실제 관측됐다.
현대엔 입자물리학의 실험도구인 충돌가속기에서 반입자를 만든다. ‘무거운 입자’(전자는 질량이 없다고 여기는, 가벼운 입자)인 양성자와 반양성자는 각각 3개의 쿼크로 이루어져 있다.
그렇다고 반(反)쿼크 3개를 모아 반양성자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 양성자 2개를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 충돌시키면 양성자 3개와 반양성자 1개가 나타난다.
1995년 유럽가속기연구소(CERN) 연구팀은 반입자로 이루어진 반물질, 즉 반수소원자까지 만들어냈다. 비록 40나노초(2,500만분의 1초)밖에는 살지 못하지만.
이론적으로 입자와 반입자는 쌍둥이처럼 짝을 이루며 빅뱅 땐 그 숫자가 대등했다고 여겨진다. 그렇다면 왜, 언제부터 반입자는 종적을 감추었을까?
가장 그럴듯한 대답은 입자가 약간(1억분의 1 정도) 더 많았으리라는 것이다. 그래서 130억년이 지난 지금 ‘입자의 우주’가 남게 되었다.
■입자와 반입자가 만났을 때
전자와 양전자가 충돌하면 무슨 일이 생길까. 입자는 사라지지만 그냥 없어지는 게 아니다.
아인슈타인의 공식 E=mc2(에너지=질량x광속제곱)에 따라 없어지는 질량만큼 에너지가 만들어지는데 이 경우엔 강력한 빛 감마(γ)선이 생긴다.
감마선은 거의 모든 물질을 꿰뚫고 지나가 버리므로 이를 조절해서 로켓을 추진시키는 방법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양성자와 반양성자는 다르다. 양성자, 반양성자가 충돌하면 하위 단위인 쿼크들이 분리되고, 새롭게 결합하면서 많은 전하를 띤 소립자들이 생긴다. 그리고 전자-반전자 충돌보다 약한 감마선이 방출된다.
이 입자의 에너지로 배기가스를 가열시키거나 자기장에 통과시키는 방법으로 효율높은 추진력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로켓이 지구의 중력을 딛고 우주로 나아가는 근원은 작용-반작용의 법칙. 액체·고체의 화학연료, 원자력 등으로 불을 때(연소반응) 강한 배기가스를 분출시키는 방법, 전하를 띤 물질을 자기장에 통과시켜 전지적 반발력을 이용할 수 있다.
현재 우주왕복선 주엔진은 지구중력권을 벗어나기 위해 단시간내 강한 추진력을 내는 화학연료를 쓴다.
그러나 화학연료는 연료당 추진력 즉 비추력(比推力)은 낮아 멀리 갈수록 연료탱크가 무거워지는 딜레마에 빠진다.
화학연료엔진의 비추력이 465초(㎞/㎏), 핵융합엔진이 6만-10만초인 반면 입자-반입자반응은 10만-100만초에 이른다. 즉 반수소 1그램이 23개의 우주왕복선 연료탱크와 맞먹는 가공할 위력을 낳는 것이다.
■가장 강한, 가장 비싼 연료
문제는 반입자가 지구상에서 가장 비싼 물질이라는 점이다. 최대규모의 가속기인 페르미연구소나 CERN의 반입자 생산량은 1년에 1나노그램(10억분의1그램)정도로 가격이 70억원이나 된다.
그래서 NASA 마샬우주비행센터 연구자들이 내놓은 대안은 반입자 절약형 하이브리드엔진이다. 반입자를 이용, 중수소와 삼중수소의 핵융합을 일으키는 ‘반입자촉매 핵융합’, ‘반입자유도 핵융합’엔진이 그것이다.
반입자촉매 핵융합엔진으로 1-10마이크로그램(100만분의 1그램)의 반입자만 있으면 우주정거장 절반무게를 싣고 1년내 목성을 갔다 올 수 있다.
이 정도를 생산하는 데에도 1만년 이상이 걸리지만 반입자 생산용 가속기로 개조한다면 1년 생산량을 500배(반양성자 750나노그램)정도로 늘릴 수 있다.
NASA 반입자엔진 연구책임자인 조지 슈미트박사는 “700억원을 투자하면 태양계를 비행하는 우주선 한대분의 반입자는 충분히 만들 것”으로 내다본다.
연료만 충분하면(우주선 1톤당 40톤) 가장 가까운(2.6광년) 이웃 별인 센타우루스 알파성까지도 10년만에 갈 수 있지만 40톤은 아무래도 가당찮다.
빛의 속도로 수년-수백억년을 가야하는 별 여행은 공간을 접지 않는 한 불가능한 셈이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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