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철원평야 여의도 22배 휴경지공동경작땐 춘천시민 1년 먹을양
“남과 북의 농민들이 함께 어울려 농사짓는 광경을 상상해 보십시오.”
강원 철원군번영회가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비무장지대(DMZ)지대 남북에 걸쳐있는 철원평야 한복판 드넓은 뜰을 남북한 양측이 공동경작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철원군 농민들에게 50여년간 바라볼 수록 한숨만 나오게하는 땅은 철원군 북면에서 북한의 북강원도 평강군 남면에 걸쳐있는 6,454㏊(1,936만평)의 휴경지. 공동경작할 경우 연간 3,097만㎏의 쌀을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 이 곳 농민들의 추산이다.
이 정도의 면적이면 여의도의 22배에 달하는데다 쌀 생산량은 20만 춘천시민이 1년간 먹을 수 있는 엄청난 양이다.
번영회장 이근회(李根澮·60)씨는 14일 “남북한 협력이 진전되고 접경지역지원법의 시행령이 발효되면 남북 양쪽 마을 농부들이 공동으로 이곳에서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정부에 정식 요청할 계획”이라며 “양측에 큰 실익을 가져다줄 뿐 아니라 ‘평화통일 전초기지’로서의 평온하고 아름다운 장면이 연상되지않느냐”고 말했다.
이 곳은 원래 일제시대인 1922년 일본의 분리흥업㈜이 만주와 백러시아에서 데려온 노동자들을 동원, 현재 북강원도 평강군 남면 나매리에 봉래저수지를 축조한뒤 개간해 경작하던 황금 들녘이다.
저수량 4,545만톤에 만수면적 564㏊, 유역면적 1만5,200㏊나 되는 초대형급 봉래저수지는 주변 광활한 평야에 물을 공급, 전국에서 으뜸 품질의 ‘철원쌀’을 생산해 냈다.
일제는 당시 전라·경상·함경·평안도 주민들까지 강제 이주시켜 경작에 동원했으며 생산된 쌀은 고스란히 일본으로 가져갔다.
이런 연유로 북면에는 지금도 이주민들의 3·4세대들이 모여사는 경상촌, 전라촌 등이 남아 있다. 이 저수지의 물줄기는 한국전쟁 후 북한측에 의해 재령평야 쪽으로 돌려졌다.
50여년간 버려져온 주변 농토는 남북한 군인들이 경계를 위해 수시로 잡초와 잡목 제거작업을 계속해온 탓에 밀림처럼 초목이 우거진 다른 DMZ 지역과 달리 지금이라도 물만 대면 당장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상태다.
이회장은 “이곳은 비옥하기 그지없는 ‘묵논’으로 특별히 보존해야 할 동·식물이 없어 환경훼손의 우려도 없다”고 덧붙였다.
철원군 주민들은 이날 “남북한군 합동으로 지뢰제거작업을 벌인 뒤 북측이 물을 대고 남측이 영농기계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공동경작해 수확을 나눠가지면 된다”면서 아직은 때이른 기대감을 한껏 펴보였다.
곽영승기자
yskwa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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