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의'전제주의화'기도의 전조러시아 대검찰청은 13일 대표적 언론재벌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집권여당에 비판적인 성향을 보여온 ‘미디어-모스트’그룹의 블라디미르 구신스키 회장을 전격 체포했다.
대검은 성명을 통해 구신스키 회장이 언론사들을 운영하면서 1,000만달러 가량의 정부 자금을 착복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앞으로 10일내에 그의 구체적인 혐의 사실을 공표해야만 한다.
러시아 야당과 미국은 즉각 구신스키의 체포에 대해 언론 탄압이라며 러시아 정부를 강력히 비난하고 나섰다. 구신스키의 체포는 모스트그룹 계열 언론들이 푸틴 대통령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지속해온데 따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때문에 일부에서는 이번 사건을 푸틴의 최근 중앙집권 작업과 함께 푸틴의 ‘전제주의화’기도의 전조라는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모스트 그룹은 러시아 3대 방송사중 하나인 N-TV와 모스크바에코 라디오, 유력 일간지 시보드냐, 주간 이토기 등을 거느리고 있다. 계열 언론사들은 체첸전에서 인도적 측면을 집중 조명, 보수파의 비난을 받아왔다. 특히 N-TV는 시청률이 40%대인 인기풍자극 ‘쿠클리’에서 푸틴을 본떤 고무 인형을 통해 그를 유약하고 우유부단한 인물로 희화화하며 정부 정책을 신랄히 비판해왔다.
푸틴의 측근들은 때문에 여러차례 구신스키에게 푸틴의 풍자와 비판적인 보도태도를 중단해줄 것을 요청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푸틴도 “쿠클리를 단 두번 보았지만 괴롭지 않았다”면서도 “그러나 내 친구들은 아주 기분 나빠했다”고 말해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더욱이 지난달말에는 쿠신스키가 푸틴의 참모가 대선전에서 비판적인 보도를 하지 말라며 1억달러를 제안했다고 폭로, 푸틴의 분노가 극에 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정부는 이에 대한 일단계 조치로 지난달말 검찰과 내무부, 연방보안국(FSB), 세무경찰 등을 동원, 모스트 그룹을 압수수색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N-TV등은 오히려 압수수색 조치를 비판하는 등 목소리를 낮추지 않아 결국 그룹 회장의 체포가 단행된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사건은 푸틴에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내에서는 푸틴의 집권에 일조한 언론·석유 재벌로 쿠신스키와 앙숙인 보리스 베레조프스키 마저 “쿠신스키가 죄가 있던 없던 간에 그의 체포는 매우 부정적이다”고 말할 정도로 여론이 좋지 않다.
미국도 즉각 “러시아의 언론자유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그러나 스페인을 방문중인 푸틴은 “쿠신스키의 체포는 사전에 전혀 알지 못했으며, 검찰이 독자적으로 처리한 일”이라며 정치적 보복이 아님을 강조했다.
권혁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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