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동포들은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환성과 눈물, 기대와 냉정함이 엇갈리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도쿄(東京) 미나토(港)구의 민단 중앙본부에는 14일 30여명의 민단 직원들이 한국어 위성방송인 KNTV 앞에 모여 뉴스를 지켜보았다. 전날보다 흥분은 많이 가라앉았으나 “서로 마주 보고 대화하는 것만으로도 큰 성과”라는 반응과 “구체적인 내용이 조금이라도 진전됐으면 좋겠다”는 기대가 교차했다.
도쿄 치요다(千代田)구의 조총련 중앙본부에서도 100여명의 직원이 뉴스시간때마다 TV 앞으로 모여 들었다. 한 간부는 “흥분과 감동을 잊을 수가 없을 것”이라며 “참된 화합과 민족 대단결로 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조총련계 동포 1세인 노점이(75)씨는 “김대통령의 발이 북한땅에 닿았다는 것만으로도 눈물을 감추기 어렵다”면서 “뼈는 일본에 묻게 되겠지만 하루 빨리 고향인 마산의 흙과 풀이라도 만져보고 싶다”고 남북한 화해에 강한 기대를 표했다.
동포2세인 최양일(50) 감독은 “감동적인 장면이지만 통일은 북한이 경제적으로 안정되고 어느 정도 민주화해야 비로소 현실적인 얘기가 될 것”이라며 “그때까지 짧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선은 남북 서로가 밥을 먹고 살 수 있으면 된다”며 “통일에 지나친 기대를 걸지말고 지켜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재육성 컨설턴트로 유명한 동포3세 신숙옥(41)씨는 “아무런 감동도 기대도 없는 정치쇼”라며 “밝은 얘기에 가려진 현실을 직시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결코 쉽지 않은 통일을 기대하는 것보다 지금 중요한 것은 살아 있는 사람들의 목숨을 지키는 것”이라며 “그 점을 주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도쿄=황영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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