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화랑가 문화벨트 구상지난달 초 국방부가 서울 소격동 국군기무사령부 현 위치내 신축계획안을 유보하면서 기무사 이전이 사실상 확정되자 이의 활용방안을 놓고 논의가 뜨겁다.
경복궁 옆 기무사 부지는 대략 8,000여평. 동쪽으로는 경복궁, 서쪽으로는 창덕궁과 비원, 남쪽으로는 인사동, 사간동의 화랑가, 북쪽으로는 가회동 한옥마을의 중심 고리에 위치해 있는 만큼 면적 뿐 아니라 만만찮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
현재 이곳의 활용방안을 놓고 대세를 이루는 의견은 ‘국립 현대미술관 분관 설치’다. 과천 ‘산골’에 유배당한 후 더욱 더 대중과의 소통에 목마름을 느껴온 미술관 측으로서는 도심 이전은 만사를 제쳐 둔 숙원 사업이다.
나라를 대표하는 미술관을 ‘오지’에 처박아둘 수 없다는 여론, 여기에 기무사 근처 사간동 일대가 국제화랑, 갤러리 현대, 아트선재센터 등 12개의 화랑이 밀집해 신화랑가로 자리잡음에 따라 국립현대미술관 분원 설치 의견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현대미술관 측은 이 곳 분관을 다양한 문화 행사가 이루어지는 복합 문화공간으로 만들겠다며 의욕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모델은 프랑스의 퐁피두센터. 미술 음악, 영화 디자인 등 다양한 장르를 엮는 프로그램으로 인근 지역과의 호흡 속에서 서울 시민의 열린 문화공간으로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백남준을 기념하는 국립미술관을 만들자는 의견도 나왔지만, 이것 역시 국립미술관 분관 설립 이후 미술관의 구체적 형태와 용도의 문제로 큰 틀에서는 보면 국립미술관 분관 설립의 의견 중 하나다.
최근 박지원 문화관광부 장관도 “경복궁, 인사동과 연결해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한국 대표 문화벨트로 조성한다는 것은 기본 방침으로 하되, 역시 이 자리는 미술공간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밝혀 미술관 건립에 무게를 실었다.
삼성이 한국일보 앞 미대사관 숙소 부지를 이미 매입한 터에, 국립현대미술관까지 자리잡게 되면 인사동에서 시작한 화랑가가 사간동, 소격동으로 이어지면서 거대한 ‘뮤지엄 라인’이 형성되는 셈이다.
여기에 안국동 사거리 밑에 지하터널을 뚫어 이들을 연결한다면 더욱 근사한 그림이 나온다. 또 경복궁과 가회동 한옥주택, 창덕궁과 비원, 여기에 동숭동 대학로까지 연결하는 거대한 ‘문화벨트’를 만들자는 장대한 청사진까지 나왔다.
하지만, 반론이 없는 것도 아니다. 지난 5일 ‘문화개혁을 위한 시민연대’가 주최한 공청회에선 이러한 미술관 분관 설립에 대한 비판적 의견이 모아졌다.
발제자로 나온 문화연대 공간환경위원장 조명래 단국대 교수는 “국립현대 미술관 분관 설립 주장은 논거가 피상적이거나 미술계의 분파적 입장을 반영한 것”이라며 “기무사 터가 가지고 있는 역사성에 대한 체계적 인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기무사 터는 본디 조선시대에 도교 전통사원인 소격서, 사간원, 왕실의 종친에 관한 일을 보던 종친부, 정조 때는 규장각이 있던 장소다.
경복궁에 인접하면서 오랜 역사성을 지닌 이 곳을 경복궁 전체를 복원하는 틀 내에서 활용해야한다는 것. 즉 역사적 정체성을 복원하는 작업의 일환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도교박물관, 규장각, 종친부를 다시 복원, 전통을 주제로 한 복합문화전당을 만들어 경복궁, 가회동 한옥마을, 비원, 창덕궁으로 이어지면서 전통복원 문화지대로 조성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광화문 앞 광장, 세종문화회관, 미대사관을 개조한 문화센터, 인사동 화랑가 등으로 이어지는 남쪽 라인은 근대의 시민문화지대로 삼아야 한다는 것.
하지만 이런 논의 이전, 풀어야 할 걸림돌은 여전히 남아있다. 기무사와 인근에 함께 자리한 국군서울지구병원의 이전 문제. 국가 원수와 정부 주요 요원의 특수진료를 담당하는 이 곳은 대통령 지근거리에서 극도의 보안 속에서 운영해야하는 특수시설인 만큼 이전이 곤란하다는 것이 국방부의 뜻이다.
때문에 병원이 남게 된다면 ‘문화벨트 구상’은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가망없는 상황만은 아니다.
김대통령이 대통령 주치의가 30분내 거리에 있고 청와대내에 의료진도 있는 만큼 국민의 여망에 따라 대안을 강구하는 것이 옳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현재 국방부는 기무사 이전과 함께 국군서울지구병원 이전 문제도 함께 검토 중이다.
소관부처인 문화관광부는 문화벨트 구상엔 적극적이지만, 아직 국방부의 최종 결정이 내려지지 않아 구체적 계획을 수립하고 있지는 못한 상태. 현재 자료 수집에 힘을 기울이며 향후 움직임을 준비하고 있다.
송용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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