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날 실향민 묘지표정“지하에서도 눈 못 감고 고향땅을 그리실 겁니다.”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에 온 겨레가 흥분과 기대로 들떠 있는 시각, 고령의 실향민들이 재회의 소망을 못 이룬 채 쓸쓸히 눈을 감아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실향민 임옥순(林玉淳) 할머니는 정상회담 이틀째인 14일 경기 파주시 탄현면 실향민묘지인 동화경모공원에 ‘한많은 육신’을 뉘였다. 임진강 너머 북녘땅이 손에 잡힐 듯한 이곳의 3,407번째 ‘객(客)’이 된 것이다. 향년 84세. 한 많은 세월이었다.
이날 임 할머니가 누운 자리에서 가까운 황해도 실향민묘역에서는 황주 출신 이기화(88) 할머니도 영면했다.
임 할머니가 어린 세 딸을 데리고 38선을 넘은 것은 1945년. 일제시대 토목사업을 하던 남편이 고향인 평북 신의주에서 ‘친일파’로 몰리는 바람에 옷가지 몇 벌만 챙겨 경의선 야간열차 화물칸에 몸을 실어야 했다.
우는 아이 입을 틀어 막은 채 ‘다시 오리라’며 흘끔흘끔 뒤돌아봤던 고향땅이 다시는 못갈 ‘금단(禁斷)의 땅’이 될 줄은 미처 몰랐다.
임 할머니는 평생 북녘에 두고 온 친지를 대하듯 가난한 이웃과 노인들을 위해 봉사해 왔다. 천주교회측은 이를 고려해 고인의 입관식을 봉사활동에 투철한 교인을 위해 거행하는 ‘레지오장’으로 치렀다.
임 할머니의 맏딸(63)은 “96년 먼저 이곳에 묻히신 아버님도 평생 고향을 그리셨다”며 “두분 다 먼저 가셨지만 남은 실향민들이나마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소원을 이루시길 바란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김용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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