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2차 회담전 대화록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간의 2차 정상회담은 14일 오후 3시께부터 김대통령의 숙소인 백화원 영빈관에서 열렸다. 김국방위원장이 김대통령을 직접 찾아 온 것이다.
김대통령은 백화원 영빈관 로비에서 기다리다 문에 들어서는 김위원장을 맞았다. 김위원장은 김용순 노동당 대남담당비서를 동행했다.
두 정상은 사진기자들이 포즈를 요청하자 반갑게 악수를 나눴다. 김위원장은 전날에는 갈색 점퍼 차림에 항상 달고 다니던 김일성 배지도 달지 않았었지만 이날은 인민복 차림에 김일성 배지를 웃옷에 달고 있었다. 전날 썼던 엷은 갈색의 선글라스 대신 이날은 도수높은 근시용 금테 안경을 썼다.
김대통령은 김위원장을 맞아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를 건넸고 김위원장은 “약속한 대로 왔습니다”라고 말했다. 회담이 시작된 뒤에야 우리 정부가 회담 개최사실을 발표했지만 남북 양측이 이미 이날 회담을 합의해 놓고 있었음을 알게 하는 말이었다.
남북 정상은 두번째 상봉을 가진 뒤 녹색 카펫이 깔려 진 복도를 통해 회담장으로 나란히 이동하며 담소를 나눴다. 김대통령은 날씨 등을 화제로 삼았고 김위원장은 평양 체류에 불편함이 없는 지 등을 물었다.
단독회담장에 들어 선 남북 정상은 양쪽으로 30여명이 앉을 수 있는 긴 테이블 탁자의 가운데 편 양쪽에 나란히 자리를 잡았다. 김대통령과 김위원장은 서로 마주 앉았다. 김대통령은 오른편에 황원탁외교안보수석, 왼편에 임동원 국정원장 이기호 경제수석을 배석시켰다. 김위원장은 오른편에 김용순 노동당 비서만을 앉혔다.
김대통령은 탁자위에 회담 의제 등이 담겨 있을 것으로 보이는 노란색 봉투를 놓았다. 김위원장도 보라색의 서류 파일을 테이블 위에 올려 놓아 회담에서 실질적인 남북관계 진전 방안 등이 논의될 가능성을 짙게 풍겼다.
두 정상은 이어 남북 시민들의 반응과 김대통령의 평양 체류 소감 등을 화제로 한동안 환담을 나눴다.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14일 오후 3시께부터 백화원 영빈관에서 2차 단독 정상회담을 시작하기에 앞서 6분동안 환담을 나눴다. 다음은 대화록.
김정일위원장=오늘 일정이 아침부터 긴장하게 해서 안됐습니다.(김영남 최고인민회의상임위원장과의 공식 면담 등의 오전 일정을 가리킨 듯)
김대중대통령=여기저기 좋은 곳 많이 다니고 좋았습니다.
김위원장=혹 잠자리가 편치 않았습니까.
김대통령=잘 자고 옥류관 냉면도 맛있게 먹고 왔습니다.
김위원장=오전 회담 때문에…(천천히 식사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라는 의미) 좀 급하게 자시면 국수가 원래 맛이 없습니다. 앞으로 시간 여유를 많이 가지시고 천천히 잘 드시기 바랍니다.
평양 시민들은 지금 대단히 흥분 상태에 있습니다. 대통령이 직접 방문하는 용단을 내려 이렇게 오신데에 온 인민이 뜨겁게 마중하고 했는데 그래도 인사가 제대로 됐는가 걱정도 하고 있습니다.
김대통령=김위원장께서 직접 공항에 마중 나오시고 또 연도에 수십만 시민이 나와 환영해주고 해서 저로서도 아주 감사하기 짝이 없습니다. 남쪽에서도 (남북정상회담을) 환영하고 있다고 합니다.
김위원장=어젯 밤 늦게까지 테레비(TV)를 봤습니다. MBC도 보고 서울 TV도 보고 했는데 남쪽 인민들도 다 환영하는 분위기인 것 같습니다.
실향민이라든가 탈북자를 잘 소개하는데 (이것도)잘 봤습니다. (이들이)눈물을 흘리면서 이번 기회에 고향 소식이 전달될 수 있지 않나 하면서 애를 태웁디다. (옆에 앉아있던 김용순위원장에게) 실제 우는 장면이 나오더라니까.
김대통령=(서울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외국 기자들이 수백명이 나와 있는데 (김위원장이) 공항에 직접 영접나오시고, 또 우리가 악수하는 장면을 보고 기립 박수를 보내고 그랬습니다.
김위원장=제가 뭐 큰 존재라고… (공항에 간 것은)인사지요 뭐. 적들은 누가…. 구라파 사람들이 자꾸 왜 은둔 생활을 하나, 나보고 왜 은둔 생활을 하느냐고 묻고 은둔 생활하는 지도자는 처음 본다 그러는데 난 과거 중국도 갔다 왔고 인도네시아도 갔다 왔습니다.
비공개로 왔다갔다 했습니다. 김대통령이 오셔서 은둔에서 해방됐다고 합니다.(모두 웃음) 하여튼 모르게 했으니까. 뭐 식반찬이라든가 불편한게 없었습니까.
김대통령=음식이 참 맛있었습니다.
김위원장=(지난번에) 중국 갔더니 김치가 나오는데 한국식 김치가 나와서 남쪽 사람들 큰 일 났다고 생각했습니다. 남쪽 사람들이 김치를 (세계에) 소문나게 하고 다시 일본에서 기무치라고 하는데 북조선 김치가 없어요. 남조선 김치는 좀 짜고 북조선 김치는 물이 많이 들어가는 차이가 있어요.
/평양=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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